KT 비밀전략 ‘싹쓸이’…하지만 통신사와 방통위는 한통속
작성자: 불법영업 | 조회: 363회 | 작성: 2020년 8월 26일 9:58 오후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20’가 정식 출시됐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사전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개통하는 날이었는데요. 그런데 일부 이동통신사 고객들은 개통을 바로 할 수 없었습니다. 길게는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는데요. 휴대전화를 구매하고도 바로 개통하지 못하는 현상,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휴대전화 판매점주 A 씨는 그날 오전 갑작스레 KT 대리점에서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1시간이 채 안 됐을 때 받은 문자. “갤럭시 노트20 번호이동 고객은 오후에 따로 개통하라”는 겁니다.
난데없이 고객에게 개통하지 말라는 문자. 그러고 나서 1시간이 더 지나자, 이번에는 아예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개통할 수 없다는 문자가 옵니다. 고객 항의는 오롯이 A 씨가 감당해야 했습니다.
“심한 말로 욕 많이 하시고… 일하던 여직원 같은 경우는 손님들한테 하도 욕을 많이 먹고 항의를 듣다 보니까 울고불고…”
■’개통지연’ 누가 하라고 했나?…치밀하게 계획된 이동통신사의 영업전략
‘개통 지연’ 누구 때문일까요? 사실 휴대전화 개통 지연,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평일 오후나 주말 시간대에 고객에게 고액의 지원금을 지급해 개통해왔습니다. 불법보조금에 따른 시장 과열을 모니터링하는 방통위 단속을 피하기 위해섭니다.
평일 오전에 개통 계약한 고객이라도 실제 개통까지 기다려야 했던 건데요. 방통위는 이 같은 수법이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고 판단하고, 지난 4월에도 이동통신 3사에게 고의적인 개통지연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때마다 이동통신사들은 일부 대리점이나 판매점 탓을 했습니다.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이 고객에게 높은 보조금을 제안하고, 실제 이동통신사들의 판매장려금 정책이 낮자 다시 높아질 때까지 기다린 탓이다’라는 주장입니다. 개통 지연 사태가 유통망 단계에서의 무리한 영업에 따른 결과라는 건데요. 과연 개통 지연을 주도한 쪽,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었을까요?
KBS는 한 제보자에게서 KT ‘갤럭시 노트20 영업 전략’ 문건을 받았습니다. KT 5G 영업부서 주최의 내부 영업 간부들을 상대로 한 화상회의 때 공유되었다고 하는데, 날짜는 8월 13일 예약 출시 하루 전입니다.
“싹쓰리 목표 총력 달성”이라는 영업 전략. 개통 초기 3일 동안 조직별 순증 관리를 하겠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MNP 즉 ‘번호이동’ 고객에 한해 개통 TO를 시간대별로 정했습니다. 서울 강북, 강원 등 지역별, 날짜별로 개통 건수를 제한하자는 겁니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은 대리점에는 판매장려금을 깎겠으며, 대리점 산하 판매점들도 이 정책을 따르도록 유도하라는 지시도 담았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의도적으로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고객들의 휴대전화 개통을 지연하도록 사전에 모의하고 지시한 겁니다.
왜 이런 영업 전략을 짠 걸까요? “규제 RISK” 이 문건에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이유’라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보조금 단속을 말합니다. 즉, ‘싹쓰리 전략’을 실행하다 특정 시간대나 일자에 고객이 급증하면 방통위의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T는 취재진에게 “시장 과열 현상을 줄이기 위해 개통량을 조절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신형 휴대전화 개통 첫날 개통량 급증에 따른 전산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 피해를 담보로 하는 ‘꼼수 전략’ 과연 정당할까요?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처음이 아니라며 “단속을 피하려는 통신사들의 꼼수에 소비자가 피해를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SKT 관련 제보도 잇따라…결국 정부 실태 파악 나서
취재진은 SKT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갤럭시 노트20 개통 시간을 임의로 지정해 영업한다는 추가 제보를 받았습니다. SKT도 직영 유통망을 통해 대리점에게 갤럭시노트20 사전 개통 시간대를 임의로 제한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SKT는 “인기 단말이라 개통이 몰리며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지연이 발생할 수는 있겠으나, 의도적으로 개통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어제(25일) KBS 보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방통위는 이 개통지연 사태가 이동통신사가 고의로 일으킨 것인지 엄중히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한 뒤 앞으로 조치를 결정하겠다”며 “고객이 개통도 안 된 휴대전화(갤럭시노트20)를 받은 것인지 등 단말기유통조사단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초 조사를 맡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단은 KT에 대한 기초 조사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식 조사로 전환할 계획인데요. 개통지연이 다른 이동통신사 서비스에서도 확인된 만큼 앞으로 조사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단은 KBS 보도를 참고해 “KT 내부 문건이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증거는 있는 상태라고 보고 확인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단독] KT, 갤노트20 ‘싹쓸이’ 전략…단속 피하려 ‘개통 지연’도
■이동통신사들은 왜 자꾸…’단통법’ 6년,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현주소는?
이동통신사들이 ‘개통 지연’이라는 기형적 방법으로 영업했던 것은 결국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근거한 불법보조금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통사들에게 단통법은 지키지 않아야 하는 ‘악법’인가 봅니다.
지난달 8일 이동통신 3사는 불법보조금 살포 사실에 대해 과징금 512억 원을 맞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당초 천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산출되었지만,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의 재발 방지에 대한 진정성이 인정돼 45% 역대 최대 감경률을 적용해주었는데요. 돌아온 결과는 결국 법 규제 회피를 위한 개통 지연, 즉 소비자 피해였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6년간 뭐가 어떻게 잘못 돼 온 걸까요. KBS 취재진은 이동통신 시장이 얼마나 왜곡되고 비정상이 되었는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렇다면 정상화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순차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귀담아듣겠습니다.
오승목 기자o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