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기

내 나이 29세에 드디어 차를 갖게 되었다.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곳에도 가고 음악도 크게 틀어 놓은 채 운전하는, 상상 속에서만 꿈꿔 왔던 일이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애마를 타고 처음 거리에 나선 날 사고가 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내차는 크게 부서졌다. 그 뒤로는 운전하는 게 무서워졌고 행여 누가 차에 흠집이라도 내지 않을까 주차장에도 몇 번씩 내려가 확인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를 놓고 가고 퇴근길에 눈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한 달을 자동차에 집착하다 보니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어느 날인가 예전에 읽었던 법정 스님의《무소유》라는 수필이 떠올랐다. 선물로 받은 난이 신경 쓰여 밖에 나가서도 난 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친구에게 그 난을 선물하고 나니 서운함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내 상황과 똑같은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나는 자동차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게 소유당한 것이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부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더 욕심을 내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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