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노총 탈퇴’ 노동계 변화 계기로

정치투쟁·이념투쟁만 일삼아 온 민노총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가입 조합원만 3만명에 달하는 정보기술(IT) 부문 최대 조직인 KT 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면서 민노총 출범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올 들어 NCC, 인천지하철공사, 서울메트로, 현대건설 등 민노총 탈퇴 ‘도미노’는 계속됐다. 그러나 KT가 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오는 17일 실시키로 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KT 노조는 민노총 전체 조합원 중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세번째로 큰 조합으로 실제로 탈퇴가 이뤄지면 민노총은 재정·정치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KT 노조의 민노총 탈퇴 이유는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싸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 한다. 탈퇴 이유가 이미 민노총을 등진 다른 노조들과 다를 바 없다.

KT의 움직임은 조합원의 권익을 외면하고 정치집회, 강경 폭력투쟁만 일삼아 온 민노총이 자초한 일이다. 민노총의 위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조합원 정서와 요구를 무시한 소모적 투쟁 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 민노총이 올해 발표한 24건의 성명 중 ‘KBS 부당징계 철회’ ‘한나라당 언론악법 반대’ 등 정치적 이슈가 무려 15건에 달했다. 조합원들은 생계와 관련된 근로조건과 복지후생의 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민노총은 노조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투쟁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민노총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민노총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KT의 탈퇴 움직임을 계기로 민노총은 기존의 정치지향적 노동운동 노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게 조합원을 살리고 기업과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민노총 지도부는 노동계의 새롭게 변화하는 거대한 조류를 깨닫고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시대와 환경에 맞는 합리적 노사관계,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노동운동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시장경제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운동의 변화가 시작되는 만큼 민노총 역시 경쟁력 제고,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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