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직도 공기업 문화…정치권 외압에 조직흔들

KT, 아직도 공기업 문화…정치권 외압에 조직흔들 
 
◆KT 새로 태어나야 한다 (上)◆

남중수 KT 전 사장이 5일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되면서 KT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쟁이 치열한 방송통신시장을 돌파할 CEO 리더십이 사라진 데다 매출과 이익은 정체상태며 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등 회사의 미래를 열 성장 동력도 좌초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대표 IT기업이자 한국을 IT 강국으로 올려놓는 데 큰 기여를 한 KT.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KT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가 달랐던 과거를 씻어내야 한다.

KT는 지난 2002년 공기업(한국통신)에서 민간기업이 된 이후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좋았다. 매출은 올해 11조9000억원으로 공기업을 제외하고 자산규모로는 재계 7위다. KT는 당기순이익의 절반(50%)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국내 대표적 '배당주'로 자리잡았다. IT 소외계층을 위해 조직된 'IT서포터즈'는 지난해와 올해 53만2000명이 혜택을 받도록 해 정보격차 해소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영화 이후 만들어낸 투명한 지배구조는 KT가 자랑하던 대표적 성과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이사회를 독립시키고 사장과 이사회 의장 겸임을 금지했으며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평가 및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운영했다.

그러나 KT가 자랑하는 지배구조는 결과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CEO에게 의존하게끔 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전체 이사의 70%(10명 중 7명)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CEO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KT 이사회 내부에 사장 외에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어 건전한 견제 세력이 부재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남중수 사장은 사장 선임에 관한 정관을 개정해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바꾸고 사장 선임 시기를 앞당긴 바 있다. 사추위는 구성된 지 불과 20일 만에 남 사장을 단독 추천하고 임기를 2011년까지 늘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시 재임을 강행한 남 사장 행보에 대한 인수위 내부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특히 KT에 상존하는 '공기업 문화'는 KT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KT 임직원들은 항상 "밖에서는 아직도 우리를 공기업으로 안다"며 자조 섞인 말을 했지만 KT 스스로도 민간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과 창의적 플레이는 부족했으며 정부 규제에 안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인사를 앞두고 1~2개월씩 업무에 손을 놓는 일은 다반사였고 정치권과 공무원들이 '전문임원' 등의 이름으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일도 잦았다.

'내부 파벌과 투서'는 반드시 없애야 할 KT만의 독특한 공기업 문화로 꼽힌다. 아직도 직원의 능력보다는 영호남 등 지역으로 구분하는 일이 잦고 출신 소속(재무, 기획 또는 기술파트) 간 보이지 않는 힘 싸움이 있었다.

직원들이 인사 등 각종 불공정함을 탓하며 청와대, 국회는 물론 사정기관에까지 익명으로 투서를 보내는 사례가 많았다. 또 경영자는 3년 단임으로 1년의 실적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 계획을 마련할 수 없었다.

공기업 마인드는 주먹구구식 납품 구조로 이어졌다. KT의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해 KT를 뒤흔들던 정치권은 '글로벌 KT'로 비상하려던 KT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다. 과거 한국이동통신이 SK그룹이 대주주가 되면서 SK텔레콤으로 새롭게 변신한 사례와는 달리, KT는 경영을 좌우할 만한 뚜렷한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새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1대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었다. KT 사장 업무의 50%는 각종 민원 처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KT 사장은 외풍을 막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 같은 '수요'는 결국 납품비리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후계자를 미리 지명해 놓고 차기 사장은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 사장은 외풍을 막아내고 경영 현안을 돌파하는 식의 'GE 잭 웰치식 리더십'이 KT를 새롭게 할 만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KT는 6일 사외이사 7명과 이준 전 KT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협회장 등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인규 회장은 인수위 시절 미디어홍보분과 간사를 지낸 인물로, 차기 KT 사장 인선에 현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염려된다.

[유진평 기자 / 이승훈 기자 /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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