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으로 부터의 교훈……………

[ GM 몰락, '남의 일'일까…

입력 : 2009.06.01 22:17 / 수정 : 2009.06.02 01:18

김기훈·경제부 차장대우

미국 자동차부품회사 델파이의 로버트 밀러 회장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말은 느렸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 단호한 의지와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손에는 델파이와 경쟁회사의 시간당 임금 그래프를 들고 있었다.

"델파이는 지난해 280억달러 매출에 40억달러의 적자를 냈습니다. 원인이 뭐냐고요? 델파이의 근로자들은 시간당 기본임금 27달러에 연금·의료비용을 포함해 1인당 76달러를 받지요. 이에 반해 존슨컨트롤·리오·덴소·지멘스·보쉬 같은 경쟁업체들은 모두 17~22달러 수준에서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제경쟁시대에 22달러와 76달러가 어떻게 경쟁이 됩니까."

2005년 10월 30일, 미국 자동차 왕국의 본거지 미시간주의 델파이 본사에서 만난 밀러 회장은 영화배우 '율 브리너'를 연상시키는 머리 모습에 푸른색 셔츠를 입은 63세의 CEO(최고경영자)였다. 3주 전에 미국자동차노조(UAW)와 근로계약 개정협상이 실패하자 전격적으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 델파이·GM발(發) 미국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wake-up call)을 쏘아 올린 주인공이다.

그는 "델파이나 GM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강력한 노조의 영향하에 노조원이 은퇴 후 죽을 때까지 매달 일정금액씩 받는 확정급부형(defined benefit) 퇴직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며 "사람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에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GM도 지금과 같은 복지계약을 유지하면 파산보호신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밀러 회장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한때 델파이의 모(母)회사였던 GM도 자회사 매각, 감원, 경영자 연봉 1달러 선언 등 구조조정 조치를 내놓았다. CEO의 의지도 강력했다. 하지만 병(病)은 너무 깊었다. 근로자에 대한 과다한 의료·퇴직 복지비용 부담 외에, 노조의 반발로 인한 더딘 구조조정, 고유가 시대를 예측 못한 경영자의 오판, 일본과 독일의 경쟁사보다 낮은 품질에 따른 소비자의 외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적자 더미에 눌린 GM은 법원의 파산보호신청으로 내몰렸다. 설립된 지 101년, 세계 1위 자동차 국가로 전 세계에 군림한 지 76년 만에 몰락한 것이다. 법원이 구조조정안을 수용하면 민간회사인 GM(General Motors)은 정부지분이 72.5%에 이르는 'Government Motors'가 된다.

GM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경제는 호황을 누렸고, GM 직원들은 멋진 차, 좋은 집, 훌륭한 자녀교육, 안정된 노후 혜택을 누리는 성공한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방심했다. 노조의 반발을 두려워해 근로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노조의 요구대로 도장을 찍어줬다. 이제 시간이 지나 경제가 어려워지자 경영자가 된 자식 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빚 부담에 허리가 휘어지고 있다. 아버지 세대는 "내 아들도 GM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아들 세대는 "이 직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GM의 위기는 고비용 생산구조, 아시아 업체의 약진, 강성노조와 노사분쟁, 경영자 오판의 결과이다. 한국 자동차업체는 아직 GM처럼 '복합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도 절대 아니다. 이미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고,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은 고임금과 노사분쟁을 피해 해외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업체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경영자의 오판까지 겹치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치열한 국제경쟁은 세계 1위였던 GM마저 침몰시키지 않았는가.


변화하지 않는것은 모두 GM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역사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변할것인가 몰락 할것인가.....선택은 우리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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