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집행부 투쟁을 조선일보가 드디어 인정
작성자: 조선일보 | 조회: 816회 | 작성: 2009년 1월 31일 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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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재계에서 이석채 KT 신임 사장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게 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3년 전 이 사장이 장관으로 일하던 정보통신부(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가 휴대전화 사업을 KT(당시 한국통신)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1995년 12월부터 1996년 8월까지 정통부 장관이었다.
정통부는 1996년 6월 제2의 휴대전화 서비스인 PCS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업자 선정은 재벌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군침을 흘렸던 ‘빅 이벤트’였다. 이 사장은 YS정권의 실세 장관으로 이 사안을 진두 지휘했다.
한국통신도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여기에는 “공기업인 한국통신도 이동통신에 참가하되 자(子)회사를 만들어 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적용됐다. 이때 정부는 “통신 공룡인 한국통신이 휴대전화까지 하면 독점이 심해진다”, “중소기업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라는 논리를 들었다.
당시 한국통신 노조는 “앞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신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한다면 국가의 통신 중추를 맡고 있는 한국통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발했었다. 그러나 “한국통신이 사업부로 휴대전화를 할 경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통부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 사장은 나중에 DJ 정권으로 들어선 뒤 선정과 관련한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나중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경제기획원 라인의 능력 있는 정통 경제 관료로서 청와대 경제 수석까지 지냈으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쓴맛을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권이 다시 바뀌고 KT 사장으로 온 그는 KTF와 합병문제에 직면했다. 이 사장이 13년 뒤에 이렇게 정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KT의 사정이 그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성장성 정체’를 겪고 있다. 한국 통신 시장은 2002년부터 성장세가 멈췄는데 특히 KT의 매출 중 가장 많은 35%를 차지하고 있는 유선전화 부문은 매출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공기업이었던 KT는 민영화 되면서 국가 통신망의 뼈대가 되는 기간망은 고스란히 갖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지금은 유선전화만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13년 전에는 ‘전화’가 유선전화를 뜻했지만 지금은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다 이야기한다. 심지어 주로 휴대전화를 쓰기 때문에 유선전화를 놓지 않는 집도 많고 웬만한 가정은 휴대전화비가 유선전화비의 몇 배나 나온다.
KT는 앞으로 성장하려면 다른 사업을 해야 하며 자회사인 KTF의 휴대전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휴대전화는 무선 인터넷 시장 같이 더 커질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13년 전 노조측 주장이 적중한 것이다.
합병까지 과정은 많이 남아 있다. KT와 KTF 두 회사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최소 수천억원, 최대 조원 단위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짐은 이 사장이 진다. 재계에서는 “특히 통신 시장은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출신인 이 사장의 역할이 합병의 성사 여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