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KT와 퇴직자 그리고 동우회

KT와 퇴직자 그리고 동우회


2003년 10월 정든 회사를 떠나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1년여를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공부로 보내고 운 좋게 합격하여 개업 준비로 반년, 실무 3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 5년 동안 공부 한답시고 돈 못 벌어..

창업 한답시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퇴직금에서 목돈 떼다 쓰고..

경험 없는 초짜이니 사업능력도 떨어져 돈 한번 제대로 만져 본 게 없으니

집사람에게 변변한 돈 한번 갖다 준 게 없고..

책임 있는 가장으로서 얼굴 들 수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나마 이제 쬐끔 알만할 때 단군 이래 최악의 부동산 경기가

짓누르고 있으니 앞으로도 제대로 된 가장 구실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봅니다.^^


KT의 어려운 현실?

 

KT는 2003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창사 이래 최대의 명예(?)퇴직을 실시하여

5500 여명을 내보내는 대대적 감원을 시행하였습니다.

당시 용단을 내려 보장된 정년을 마다하고 퇴직한 퇴직자야말로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회사의 위기극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분들이고 나와서는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껴서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데 타 회사 상품 좀 쓴다고 애사심 없다고 비난 할 수는 없겠지요..

 

그나마 이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는지 생각 해 봅니다.


회사가 퇴직자가 걱정할 지경이라면 그 책임은 그 좋은 시절에 방만한 경영과 무사안일

태평성대만 노래하다 회사가 어렵게 되자 그 원인을 아래 직원들에게 돌리고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내보내고도 나아지지 않자 경영이 어려운 것이 주변여건 때문이라고

탓하는 무능한 경영진과, 일부 기회주의적 관리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 않을까 봅니다.

 

그 중에는 그 많은 부하직원들을 엄동설한에 내쫓아보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책임 질줄 모르고 호의호식하며 승승장구 하다 부정부패로 얼룩져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여

모든 KT출신에게 망신을 준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책임감도 없고 일말의 양심도 없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퇴직 후엔 임원이고

간부직이라고 KT동우회에 앉아서 대접받고 있을 때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나온 우리가 오히려

회사에 큰소리 치고 당당 해야 하는데 현실은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무능하게 보이고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이 인터넷 한 귀퉁이에 모여 소식을 주고받고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동우회가 필요한가?

의견들이야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공식적으로 “KT동우회”가 존재 합니다만 그 동우회가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존재 하고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2003년 수많은 퇴직자들이 회사를 명퇴하고 나올 때 “KT동우회”는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회사와 퇴직자간의 보상 문제가 있을 때 퇴직자로서는 구심점 없이 회사에 일방적으로

끌려 갈 상황에서 그나마 천 성진 사우님 주도 하에 KT5505 클럽이 개설되었고 이곳으로

퇴직자들이 모여 회사와 협상하게 됨으로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당시 적극적 동참을 못한 저로서는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 할 따름입니다.)

제대로 된 동우회라면 그때 나서서 이일을 해결 해 주었어야 하지 않았나 봅니다. 


2007년 초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동료끼리 힘을 합치고자 공인중개사 모임을 만들기로 하였을 때

이 KT5505를 통해서 많은 동료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어렵지 않게 모임을 발족 시킬

수 있었습니다.


앞서 두 가지를 보더라도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우회가 있었더라면 

많은 분들이 좀 더 수월하게 사회에 적응하고 현재보다 나은 상황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리라

생각 합니다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런 동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KT동우회가 모든 퇴직자를 위한 동우회로 바뀐다면 좋겠습니다만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아래 임 선배님의 글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취지도 좋고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우리 퇴직자를 위한 모임이 필요하다는 총론에서는

찬성입니다만, 다만 그 성격과 방법론에서는 생각을 달리 합니다.

첫째, KT출신으로 회사가 어려우니 돕자는 차원에서 만든다면 사양 합니다.

        물론 퇴직자로서 다니던 회사가 잘못되길 바랄정도로 속 좁은 놈은 아니지만 회사를

        위해 그 만큼 했으면 됐고 현재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KT를 위해 봉사하여야 할

        만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KT는 우리보다 낫 습니다.

        오히려 KT가 우리를 걱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회사가 퇴직자를 위하여 진정성을 보인다면 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 될 것입니다.


둘째, 지금 KT5505와 유사한 목적의 다른 모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니다.

         현재의 KT5505로도 충분하고 필요하다면 KT5505 내에서 회원님들의 난상토론을

         거쳐 많은 회원님들이 그 필요성에 충분히 의견 합치가 되고 또한, KT5505를 모태

         로 하여 만든다면 찬성입니다.

         그때는 말석에서나마 따라가겠습니다.


주제넘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취지에 KT출신으로서는 마땅히 하여야 할 것이지만 제 생각이 짧은지 현실이 그렇지만

않음을 이해 해 주시고 그 동안 담고 있던 생각을 마침 올리신 글을 읽고 생각나서 나름대로

말씀드렸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모든 KT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요..

 

저 하고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니 아무쪼록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건승하시고 사업이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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