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KT 사람들

명퇴당한 장애인 가장, 전동차에 몸 던져
목숨 건졌으나 오른쪽 팔 절단…장애 더 심해져
우울증으로 치료 거부…불황속 장애인 고용 불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2-25 10:27:56
명예퇴직을 당한 장애인 가정이 자살하려고 전동차에 뛰어든 석계역 현장.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명예퇴직을 당한 장애인 가정이 자살하려고 전동차에 뛰어든 석계역 현장. ⓒ박종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명예퇴직을 당한 장애인 가장이 지하철 전동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해 미수에 그쳤으나 한쪽 팔을 잘라내고 더 큰 장애를 입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체장애 2급 박모(54)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 19분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1호선 국철 석계역 승강장에서 성북발 병점행 전동차에 뛰어들어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곧 바로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오른쪽 팔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은 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두 다리에 장애가 있는 박씨는 그동안 KT 월곡지점에서 네트워크 유지 보수일을 해왔는데, 명예퇴직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지난해 12월말 사표를 내면 6월말까지 월급지급을 하고 그 때가서 사표 수리를 하기로 회사측과 약속하고 집에서 쉬던 중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병원치료를 계속 받던 중이었고, 사고 당일에도 병원에 갔다 오겠다고 부인과 마지막 전화를 한 후, 자살을 하려고 전동차에 뛰어 들었다.

박씨의 부인도 장애인으로 현재 간병을 하면서도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이었고, 늦게 결혼해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노모까지 합해 총 다섯 가족이 살았는데, 집마저 뉴타운 재개발 관계로 묶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씨는 사고 후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 식사와 치료 거부를 하고 있어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에는 정신과가 없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하는 상황이다.

박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직장에서 내팽개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박씨의 한 지인은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공기관조차 열심히 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장애인들조차 명퇴로 내몰아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하는 작금의 현실에 장애인들은 울분을 토한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정부에서도 빠른 대책을 세워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 기자 (so092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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