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벽을 넘어…

대한항공, 농심, 일진전기 등 다른 주요 기업들의 노조는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사측에 임금·단체협상을 위임했다.

이에 회사는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LS산전은 노조가 임금협상을 회사에 일임하자 이에 대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노조가 임금문제를 회사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은 양자 간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사관계가 과거 투쟁 중심의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동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양보와 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영수 한양대 리더십센터장은 “신뢰관계는 엄청난 ‘소통의 시간’을
바탕으로 해야 구축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을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 보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일찍부터 노사 간 소통이 잘 이뤄져온 기업은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리는 데 노조가 힘을 발휘한다.

김홍렬 코오롱 노조위원장은 회사 영업사원들과 함께 일본의 주요 고객기업을 직접 방문해
노조가 직접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해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또한 국내외 거래처 1백30여 곳에 노조 이름으로 품질과 납기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담은 편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회사의 원가절감팀장을 맡아 매출과 영업이익을 20퍼센트 늘리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노사상생, 사내 넘어 하청업체까지
이러한 노력 덕분에 코오롱은 지난해 지독한 불황 속에서도
영업이익 1천2백5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회사에서도 전 직원에게 ‘기본급 100퍼센트+1백5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김홍렬 노조위원장은 “투쟁만 외쳐서 얻을 것이라고는
가족의 밥줄이 걸린 직장의 폐업과 실직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고, 조합원도 있다”고 상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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