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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0일 KT 이석채 사장이 광화문 KT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1위의 유선통신기업인 KT와 2위 이동통신사업자 KTF 간의 합병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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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나올지는 몰랐다."
25일 저녁 통신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오후 KT와 KTF의 조건없는 합병 승인을 내자, 그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공정위가 정말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KT 쪽에선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공정위의 무조건적인(?) 결정에 따라, KT와 KTF 합병 건은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인가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업계에선 이미 연 매출액 20조에 달하는 거대 통신공룡의 출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KT 합병을 둘러싼 유무선 통신시장 독과점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그동안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KT의 필수설비시설 개방 문제에 대해, 공정위도 유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향후 방통위의 최종 결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거리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KT의) 유선 필수설비 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최종 인가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 차원의 별도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친절한' 공정위의 파격적인 KT-KTF 합병 승인
우선 25일 오후 공정위가 내놓은 KT 합병 승인 결정을 두고, 통신업계 쪽에선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공정위가 KT와 KTF의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통신용 전봇대 등 필수설비를 통한 시장 지배력 남용이나 향후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와 요금으로 인한 경쟁제한 등을 위한 별도의 단서를 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당시 공정위는 SKT가 가지고 있던 주파수 재분배를 승인 조건으로 달았다. 공정위는 당시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에 경쟁 제한적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사이의 결합상품과 관련한 4개 항의 금지행위를 결정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KT와 KTF의 합병은 계열사 간 합병으로 SKT의 승인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유선 전화시장의 1위와 이동통신시장의 2위 사업자 간 합병에 따른 시장지배력 전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들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통신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가격 책정 등을 통해 경쟁업체를 배제하는 행위는 방통위의 가격 규제 등으로 대처 가능하다"면서 "오히려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KT와 KTF 사이의 유무선 통합에 따른 결합상품 판매, 마케팅 경쟁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이들 KT와 KTF와의 합병을 허용했다.
또 이번 심사의 핵심쟁점이었던 KT의 필수설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친절하게도(?) 이번 합병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신 이들 설비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KT가 경쟁업체의 필수설비 이용을 거절할 경우 향후에 공정위와 방통위의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로 넘어온 KT 합병... 필수설비 중립화 조건 부가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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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0일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박상용 공정위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KT-KTF 합병심사 관련 토론회'에 KT, SK텔레콤, LG텔레콤, SO 관계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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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심사가 끝남에 따라,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이번 합병 최종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문위원회의 회의가 진행 중"이라며 "공정위의 의견은 의견으로 들을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회계와 기술, 법률 분야 등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KT 합병심사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4일부터 서울 모처에서 합숙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는 26일 KT를 비롯해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경쟁업체들을 불러 합병이 가져올 시장변화와 경쟁제한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방통위 주변에선 자문위의 집중 논의 내용에서도, KT의 필수설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의 의견대로 필수설비 자체가 이번 KT 합병의 경쟁제한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향후 통신산업의 발전 등을 고려할 때 KT를 상대로 별도의 부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KT 합병에 따른 필수설비 중립화 여부를 두고, 각종 해외사례를 연구하는 등 관련 내용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또 최시중 위원장은 25일 국회 문방위 답변과정에서 "이번 기회에 유선 필수설비 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와 KTF 통합 과정에서 필수설비 제도개선 방향을 경쟁사들이 충분히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승수 총리 역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주, 관로 등 필수설비를 중립화된 기관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관로 등 필수설비 여유분에 대한 정보 공개, 설비제공 처리기간 단축 등 방안을 방통위가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해, 방통위의 필수설비 중립화 검토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방통위 역시 공정위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KT 합병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SKT 등 경쟁업체들이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필수설비 문제의 경우, 이를 KT에서 떼어내 중립화하고 이를 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별도의 부가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통위는 KT합병 심사 자문위에서 내주께 보고서가 올라오는 대로 상임위원들 간의 내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KT와 KTF가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다음 달 27일로 잡아놓은 상태여서, 방통위의 최종 결정은 빠르면 내달 20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