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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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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12:22 오후
어용노조의 끈질긴 뿌리김승호 | labortoday
승인 2016.03.14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KT노동조합에서 또 사건이 터졌다. 지난 10일 KT노조의 한 간부(조일환. 현재 한국노총 아이티연맹 상근자로 파견)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2011년 말 KT노조 11대 위원장 선거 당시 예비후보자 중 한 명이었는데, 그와 현 위원장 정윤모씨가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매수행위를 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당시 KT노조에서는 어용 성향인 전임 노조집행부 위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입후보자 등록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지 않고 선거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선거에 출마하려던 조씨는 기간이 촉박해 조합원 추천서명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후보등록을 못하게 됐다. 이에 조씨는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선거중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두 번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 두 차례나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온 후 장현일씨를 비롯한 민주적 예비후보들은 선거 무효화와 선관위 사퇴를 요구하며 후보등록을 거부했다.
그런데 어용 선관위가 불법적으로 추진한 선거(법원에 의해 두 번째 선거중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12월8일자 선거) 예정일 하루 전날 갑자기 조씨가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서 그 선거가 합법으로 둔갑했다. 이 급작스러운 반전으로 다른 민주적인 후보들은 속수무책으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고 구경할 수밖에 수 없었으며, 결국 단독후보로 출마한 정윤모씨가 당선된 것으로 발표됐다. 단독후보라니 무슨 장충체육관 대통령선거인가.
그런데 이렇게 파행적으로 선거가 치러진 배경에는 엄청난 비리가 있었다. 당시 정윤모 후보측이 조씨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고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대가로 ‘KT그룹사 노조집행위원회 의장직 3년 보장, 거주할 사택 30평 이상 제공, 출퇴근 차량 제공 등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정씨측과 조씨측은 이런 내용의 합의서를 문서로 작성했을 뿐 아니라 이 불법적인 합의서를 공증까지 했다. 그리고 이 합의대로 정씨는 조씨에게 KT노동조합비로 4억4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주고, KT 자회사인 ㈜KT렌탈에서 리스한 승용차(SM5)를 제공했으며, 노조 상근간부직을 제공했다.
이 사건을 보면 <내부자들>이라는 영화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보듯이 이 같은 사실은 내부자 양심선언 없이는 좀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끼리 검은 거래로 공범자가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부자 양심선언은 널리 알려져야 하고 적극 보호돼야 한다. 그런 양심선언이 무의미한 일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이들이 폭로한 문제를 바로잡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KT노조는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당시 그 노조는 민주노총이 조합원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그와 무관한 정치적 활동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탈퇴한다며 민주노총을 반노동자적인 단체로 색칠했다. 그런데 이번 조씨의 양심선언에서 보면 그 민주노총 탈퇴 투표 자체가 부정투개표로 이뤄진 것임이 드러났다.
KT노조는 조합원 9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가 결정됐다고 발표했는데, 조씨 양심선언에 따르면 2009년 7월17일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 당시 KT노조 인천법인사업단지부 지부장으로 있던 자신이 사측과 함께 몰래 투표함을 열고 조합원 113명 중 찬성 78표, 반대 32표, 무효 3표로 집계된 것을 반대 2표와 무효 1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표로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투개표 부정이 인천법인사업단지부에서만 이뤄졌을 리 없다. 언론에서도 청와대가 KT의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2011년 발언 녹취록에서도 국정원이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라고 언급한 부분이 공개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KT노조가 한국노총 산하단체인 만큼 한국노총 또한 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한국노총에는 1961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만들어진 관제어용의 뿌리가 반세기 넘도록 뽑히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이 뿌리를 걷어내려고 한다면 한국노총은 KT노조가 부정 투개표로 민주노총 탈퇴를 발표한 것 자체를 원천무효로 선언해야 한다.
KT노조의 원래 이름은 한국통신노조다. 민영화란 이름으로 초국적 자본에 팔아넘긴 이후 이름을 영어로 바꿨다. 한국통신노조는 58년 창립되고 5·16 쿠데타 이후 재건된 전국체신노조에서 분리된 노조다. 82년 전화국이 분리돼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바뀌면서 한국통신노조가 됐고, 한국통신노조 5대째인 94년 직선제를 통해 오랜 관제어용의 굴레를 벗고 민주노조로 혁명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나 민주노조 탄생 직후부터 가해진 김영삼 정권의 탄압으로 자주성이 약화되다가 96년 말 들어선 김호선 집행부에서 다시 어용으로 변질됐고(96~97년 노개투 총파업 불참), 김대중 정권하에서 민영화가 본격 추진되던 99년에 들어선 이동걸 집행부에 이르러 완전 어용으로 되돌아갔다. 이동걸씨는 이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있으면서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관여했다. 60년 관제어용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