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의 미래, KT 저성과자 퇴출제는 불법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의 미래, KT 저성과자 퇴출제는 불법


기사승인 2015.07.15  

-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함께)

대상판결/ 대법원 2013다22195 임금 등

1. 문제제기


2014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중에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인사평가라는 미명 아래 특정 근로자들을 소위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상시적인 퇴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대법원의 KT 판결 사실관계를 보면 노동계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KT와 같이 노조가 있는 거대 기업마저도 민주노조 활동가(민주동지회 소속), 명예퇴직 거부자, 여성(114교환원 출신) 등을 소위 저성과자(C-Player)로 분류한 후 비밀리에 퇴출 계획을 세우고 인사권을 남용해 차별적 인사고과와 업무분장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내부 고발이나 양심선언으로 회사 내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인사권과 개인정보라는 이름 아래 인사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노동부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근로기준법상의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절차의 복잡성을 회피해 상시적인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휠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 사건의 개요


가. KT는 노동조합과 합의한 인사고과에 의해 임금이 조정되는 고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인사고과 최하위등급 부여시 기준연봉 대비 1%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으로 하는 제도를 2010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나. KT노동조합 내 현장조직인 ‘민주동지회’ 소속 노조원들인 원고들은 “업무역량 최하위, 근무불성실 등의 사유”로 2010년 1월에 실시된 2009년도 인사고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F등급을 부여받았고, 이로 인해 2010년 기준연봉 1%를 삭감당했다.

다. 원고들은 인사고과가 부당하다며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0가소84911 사건에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라.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KT 본사 인력관리실 소속 000 차장이 2005년께 직원 중 1천2명을 CP(부진인력을 지칭하는 C-Player의 약칭) 대상자로 선정해 관리하는 ‘CP(총괄050401)’를 작성했던 사실이 KT 회사 내부직원의 양심선언이나 내부 고발 등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다.

마. 이후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2나6377 사건)에서는 “KT가 부진인력 관리계획을 수립한 후 원고들이 포함된 부진인력 대상자에게 인사고과, 업무분담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차별정책을 시행했고, 원고들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한 인사고과를 했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2009년도 인사고과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KT가 불복해 상고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법원이 구체적인 이유설시 없이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에 항소심 판결 이유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나. 항소심은 우선 인사고과 평가 결과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이는 인사권이 사용자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목적을 넘어 법 위반의 권한남용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판시다. 다만 우리 법원은 인사고과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 밖의 징벌’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입장(대법원 2012.8.17 선고 2012두10116 판결 참조)으로 인사고과 평가 결과에 대한 권리구제 방안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으나, 인사고과 역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한 제재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고과연봉제와 연동돼 임금액 결정에 큰 영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 적격이 인정돼야 할 것이다.

다. 또한 항소심은 이 사건과 같이 집단적 차별사건에서 인사고과 부당성의 판단기준으로 “특정 집단에 속하는 근로자는 특정 집단과 나머지 일반 근로자를 전체적으로 비교해 두 집단 사이의 인사고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 인사고과에서의 그러한 격차가 특정 집단을 퇴출하기 위한 사용자의 의사에 기인한 것인지를 증명하면 특정 집단에 대한 인사고과상의 평가 결과가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을 정도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는 특정 집단에 속한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인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 그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는 소위 “대량관찰방식”에 따랐고, 이는 민사소송법상 입증책임 영역에서 언급되는 일응의 추정 내지는 간접반증 이론과 맥이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소위 “대량관찰방식”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대한 판단기준을 설시한 대법원 2007.5.31 선고 2007두1460 판결이나 대법원 2009.3.26 선고 2007두25695 판결 등에서 설시된 바가 있었으나, 이 사건에서 인사평가 정당성 판단기준과 관련해서도 적용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소송의 실제에 있어서는 사용자측이 인사자료 요구에 대해 인사권이나 개인정보라는 이유 등으로 공개 및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입증책임 경감 효과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고, 이에 대해서는 법원의 적극적인 석명권 행사나 사용자측에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과 일반직원들 간 인사고과 등급 비율의 격차는 KT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KT에게 부진인력들을 퇴출하거나 퇴직시켜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차별처우가 KT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로 보기 어려우므로 KT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 명단에 기재된 원고들에 대한 2009년 인사고과 F등급 부여에 의한 임금삭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원칙, 헌법 제32조제3항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취지 및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인사평가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라 할 것이다”고 봤다. 이와 같은 판단에 인사평가의 적법성 판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4. 맺음말


이번 판결로 KT 사측이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시행해 왔다는 점이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으면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KT는 이 사건 원고들에게 50만~60만원의 임금삭감분만 지급하면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도 않는 부정의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KT는 법적인 책임을 떠나 그 동안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합당한 피해배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부는 이 사건 KT 사례뿐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여러 기업들의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사용자의 인사권 남용 우려가 큰 경우였는가를 직시해야 할 것다. 그리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소위 저성과자 해고제도나 성과연봉제 도입 확산 추진 등의 조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강호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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