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를 희망한 KT 한 직원이 협력업체 재취업 설명회에서 쓰러져 병원에 후송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직원은 지난 2008년 KT가 IT 업무를 KT DS로 이관할 당시 전출을 거부했고 최근 실시된 명예퇴직도 신청하지 않았다. KT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구조조정의 대표적 피해사례로 보고 있다. KT는 지병에 의해 쓰러진 것이지 명퇴 압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22일 KT 홍보팀과 서대문지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서대문지사 직원 이아무개씨는 지난 18일 저녁 협력업체 전직설명회 교육 도중 쓰러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 교육은 KT가 현장AS/개통 업무를 협력업체로 넘기면서 전적 희망자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씨는 지난 21일까지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다. 그는 22일 동료를 만나 “면담과 협력회사 설명회가 압박이었고 스트레스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1962년생으로 세 차례 이상 명예퇴직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응급실에 후송될 당시 현장에 있던 서대문지사의 한 직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얼굴이 노랗고 손이 차가운 것을 확인하고 응급실에 신고를 했다‘며 ”2년 전 쯤에도 심장 부정맥으로 입원을 했는데 최근 팀장, 부장, 지사장 면담을 거치면서 스트레스가 올라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통화에서 “황창규식 구조조정의 첫 피해사례”라고 지적했다. 조태욱 위원장은 “이씨의 경우, 분사를 거부해 IT에서 현장AS로 업무가 전환배치됐고, 상당기간 어렵게 일에 적응해왔는데 업무가 협력업체로 넘어가면서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됐고, 면담을 통해 퇴출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센터에 따르면 2009년 명예퇴직자 5992명 중 50명 이상이 정년 58세 이전 사망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강압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설명회 참석은 자유였고, 이씨의 경우 회사가 명예퇴직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못 견디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전직을 두고 고민이 있었고, 이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는 있지만 원래 지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린치를 당해 못 견뎌 쓰러졌다면 본인이 항의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KT(회장 황창규)는 지난 21일 특별 명예퇴직 신청 접수결과, 8320명이 명퇴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KT가 예정보다 사흘이나 빨리 접수를 마감했고, 신청자 수가 전체 직원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퇴직 압박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KT 관리자들은 명퇴 상담을 진행하면서 비연고지로 발령을 내겠다고 퇴직을 강요했다. 직렬과 성별에 상관없이 맨홀 작업을 투입한다고까지 했다. 짐을 쌀 것을 종용한 지사, 명퇴 대상자를 수일 동안 한 곳에 모아두고 이석을 금지한 지사도 있었다.

KT새노조(위원장 조재길)는 “이번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비용절감일 뿐 회사의 장기비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결국 정규직이 하던 일을 아웃소싱해서 비정규직에게 넘긴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사회적으로 보자면 좋은 일자리를 없애 나쁜 일자리로 대체해서 기업의 단기 수익을 올리겠다는 발상인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국민기업이 추구할 혁신이냐”고 반문했다. 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에 반인권적 명퇴 강요 행위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