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철도 민영화 후 재국유화…통신국유화도 절실하다…

[빗장 풀린 공공부문 민영화] 영국, 철도 민영화 후 안전사고 급증… 요금도 15년 새 2배 올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민간 회사, 이익만 좇다 결국 파산… 8년 만에 재국유화
일본도 7곳 중 4곳 적자 ‘허덕’…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

영국 철도는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이다.”

영국의 필립 해먼드 전 교통부 장관이 한 말이다. 영국은 1994년 전면적인 철도 민영화를 단행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장거리 철도 요금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07%가량 인상돼 물가인상률 대비 2배 이상 폭등했다. 스탠퍼드~런던 구간(214㎞) 이용 시 한국 돈으로 16만7000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비슷한 거리인 천안아산~동대구(197㎞) 구간 요금 2만6300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비싸다.

철도 민영화는 1970년대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해 일본이 1980년대에 최초로 민영화에 착수했다. 영국이 1994년 뒤를 이었으나 현재 두 국가는 대표적인 철도 민영화 실패 사례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들어 서비스 수준과 효율성 개선을 명분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한국 정부가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영국의 국영 철도회사는 민영화 이후 100여개의 기업으로 분할 매각됐고 선로와 신호체계 등 철도 시설 인프라를 담당하는 시설회사 ‘레일트렉’이 설립됐다. 대량 감원도 이뤄져 국영 철도 노동자 수는 1992년 15만9000명에서 1997년 9만8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민영화는 당초 정부 부담을 줄이고 효율화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영화 이후 외려 공적자금 지원이 늘어나 해마다 2조원가량이 투입됐다. 노후 선로 시스템 유지와 보수 비용, 철도 관련 기업들에 대한 이윤 보장, 개인투자자 배당 지급 등이 공적자금 지원의 주된 이유였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의 증가였다. 영국의 철도 사고는 1994년 997건에서 1997년 1700여건으로 급증했다. 1999년에는 패딩턴역 부근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 열차가 충돌해 31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신호 결함으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충돌한 것이다. 잇따르는 사고의 원인으로는 민간 회사들의 비용 절감이 지목됐다. 자동 열차 보호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신호시설 교체 요구에 따르지 않고 선로 균열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민간 회사 레일트렉은 5년 만에 파산했다. 초기에는 주가가 4배나 뛰는 등 호조를 보였으나 단기 이익과 자산 투자에 급급해 시설 투자는 외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 정부는 파산 보호에 들어가고 재정을 투입해 새로운 회사를 세워야 했다. 실질적인 재국유화 조치였다.

일본에서는 1987년 여객 부문을 6개 지역으로 분할하고 화물을 1개 회사로 민영화했다. 이들 중 3곳의 회사는 흑자를 내면서 민영화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했으나 4개는 구조적인 적자에 허덕였고 안전에 대한 재투자를 하지 못해 사고가 빈발했다. 민영화 이후 26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막대한 돈을 철도회사의 경영 안정 자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JR홋카이도 철도는 최근 2~3년간 중대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사고조사위원회는 특별 점검을 벌여 170곳의 선로에서 이상이 있었는데도 민간 회사들이 방치해온 문제점들을 찾아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민영화보다는 시설과 운영의 통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의 통합을 발표했으며, 독일 역시 통합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럽연합의 분리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레일도 사업체를 분리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코레일은 지난해 말 작성한 내부 자료에서 “철도 산업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통합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라면서 “국내 철도 산업을 세분화하는 것은 국제 철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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