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한국외대 당선, 건국대.홍익대 단독후보 등록금.촛불집회.경제위기로 `이념지형' 변화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대학에서 `운동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2009학년도 총학생회 선거에서 예년과 달리 운동권 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데다 이미 운동권이 당선됐거나 단독·유력 후보로 나선 대학도 상당수에 이른다. 10여년전에 득세했던 `운동권 총학생회'가 다시 세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끝난 국민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운동권 성향의 `날개를 달아' 팀이 60% 이상의 득표율로 비운동권인 `열정으로 그린' 팀을 꺾고 압승했다.

김동환(25.경영4)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촛불집회 당시 책상을 들고 나와 촛불을 켜고 공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등록금 동결 투쟁과 채용박람회 도입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학생회가 비운동권에서 운동권으로 `정권교체'되거나 운동권이 재집권하게 된 대학도 여럿 있다.

25일부터 사흘간 투표를 실시하는 건국대에서는 민족해방(NL)계열의 `위기탈출' 선거운동본부(선본)가 단독후보를 낸 상태여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총학생회가 비운동권에서 운동권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총학생회장 후보 하인준(21.정외3) 씨는 "촛불 집회가 우리 사회에 큰 의미를 던져준 `대사건'인데도 전 총학은 학우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의로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며 "지금 학생들은 학내 의견 수렴을 잘하는 총학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비운동권이 총학 선거에서 당선됐던 한국외대에서도 운동권 성향의 `우리웃자' 선본이 당선자를 냈다.

홍익대는 등록금 인하와 교육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클로즈업' 선본이 단독후보를 내 운동권 총학생회의 재집권이 사실상 확정됐다.

서강대 총학 선거에서는 `체인지'와 `터닝포인트' 선본으로 출마한 학생들이 비록 비운동권이긴 하지만 정치·사회적 이슈를 외면해 온 전통적 비운동권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특정 운동권 계열에 소속돼 있지는 않으나 사회 이슈에 대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 투표율 부족으로 이번주 초에 연장 투표에 들어가는 서울대 총학 선거의 경우 5개 선본이 정·부 총학생회장 후보를 냈는데 이중 `실천가능' 선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운동권' 소속이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는 "운동권이 네 팀으로 분산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비록 연장 투표에 돌입하긴 했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작년에 비해 2∼3%포인트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처럼 운동권 진영이 대거 출마한 것은 지난 6월 촛불집회 당시 비운동권인 현 총학이 "쇠고기 문제 이외의 정치적 쟁점을 다루는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학내 갈등이 빚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때 퇴조했던 운동권을 다시 전면으로 이끌어낸 요인으로는 고액 등록금 문제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상황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고액 등록금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황까지 겹치면서 취업난이 더욱 가중되고, 촛불집회에서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론까지 겹치면서 `강한 총학생회'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학 등록금이 최근 수년간 매년 크게 인상됐음에도 비운동권 총학생회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팽배해진 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또한 경제불황으로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비운동권 학생회가 취업알선 등 학생들의 복지에조차 소극적으로 대처한데 대한 실망감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대학에서 비운동권 총학생회로 주도권이 넘어간 최근 10여년간의 경향이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지역 대학 학생과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경제 악화로 인한 취업난이 단순히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 쌓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데다 촛불사태의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운동권 학생들이 재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주소창에 '속보'치고 연합뉴스 속보 바로 확인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