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악의 평범성

악의  평범성    출처-blog.paran.com/allnewkt

              
1960년 5월 11일 나치 전범 칼 아돌프 아이히만의 체포되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아우슈비츠 유대인 학살, 무려 400만명 독가스 학살을 직접 집행한 책임자로 2차 대전 이후 연합군에 의해 수배되었지만, 신분을 숨기고 아르헨티나로 도주하여 20년 가까이 숨어 살던 1급 전범이었다.

그가 체포된 이후 세기의 재판이 장장 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살아 있는 악마일 것이라 믿었던, 수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장본인 아돌프 하이만이 재판 받는 장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법정에 선 그의 모습과 태도는 '악마'가 아니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을 아끼며 신앙심이 돈독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이히만 스스로도 ‘자신이 의도적으로 살인을 행하거나 어떤 악마적 동기를 가지고 유태인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고 당당히 주장하면서 자신은 단지 ‘오직 명령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며,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저 직장에서 남달리 충성심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 세기의 재판을 보며 유태인 출신 망명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아이히 만은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반성적 사유의 결여' 탓에 그 끔찍한 유대인을 학살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이웃의 평범한, 개인적으론 선량하고 성실한 누군가가 가장 잔인한 학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그녀의 충격이 “악의 평범성” 이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KT의 3월 프로모션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전국의 모든 KT 지사에서 온간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주말 각종 시연회를 이유로 수당도 주지 않으며 직원들을 불러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인 냥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매일 저녁 8시에 회의를 소집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9시를 넘겨 퇴근하게 만드는 지사, 하루 실적이 없으면 10시까지 잡아두는 지사까지 속출하고 있다.

너무나 편안하게 직원들을 9, 10시까지 잡아두는 관리자들, 위에서 시키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들볶아야 한다고 믿는 관리자들이야말로 KT 판 아돌프 아이히만이 아닐까! 나는 우리 KT의 현장 관리자들이 개인적으로 보면 훌륭한 인격과 따뜻한 심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KT의 노무관리는 잔혹하기만 하다. 매일 9시를 넘겨 퇴근시키고 주말에도 불러내는 것이 직원 개개인의 인생에서 얼마나 잔혹한 일이겠는가! 그런 일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평범하게 진행시키는 게 바로 우리의 관리자 문화라는 점에서 한나 아렌트가 표현한 ‘악의 평범성’이란 단어를 절절하게 떠올리게 된다.

1962년 5월 31일 아돌프 아이히만은 처형되었다. 법정에서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아이히만의 범죄가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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