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사업 부진 지난해 AI·DX부문 목표 매출 미달
올해 AI·DX부문 ‘5개 메가 BM’ 목록에서도 누락
로봇 팔아도 큰 이득 없고, 영업망 경쟁력 떨어져
지난해 로봇 사업 부진 여파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을 표방한 KT의 핵심축인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융합사업부문 매출이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봇 사업은 올해 AI·DX부문이 중점 추진하는 ‘5대 비즈니스 모델(Mega BM)’ 목록에도 빠졌다. 국내 로봇 시장이 예상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데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저가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KT 내부의 ‘2022 경영성과 보고서’에는 “AI·DX부문 코어(핵심) 사업은 성장 중이나 로봇 판매 부진 등으로 목표 대비 500억원 미달했다”고 적혀 있다.
로봇 사업은 올해 AI·DX부문의 중점 육성 사업에서도 빠졌다. 5대 비즈니스 모델은 인공지능 콜센터(AICC), AI 모빌리티, 디지털 물류, 그린 DX, 안전·공간 사업이다. 로봇 사업은 중점 사업 외 ‘플러스 알파(+α)’ 중 하나로만 언급돼 있다.
이는 불과 10개월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4월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월드IT쇼’에 참석해 “로봇을 컨설팅하고 판매하고 관리하는 것은 KT가 오랫동안 잘 준비했다”며 “우리나라 로봇 생태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다”고 공언했다.
KT 로봇 사업이 주춤한 것은 국내 시장 정체 탓이 크다. KT는 자율주행 기반의 음식 서빙로봇, 타월과 생수 등을 객실로 배달하는 호텔로봇, 공기정화·살균 기능을 탑재한 방역로봇, 음성·얼굴 인식을 활용한 노인 돌봄로봇 등 다양한 제품군을 내놨지만 시장 수요는 미미했다.
그나마 서빙로봇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산 저가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시장점유율 기준 주변 식당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빙로봇 10대 중 8대가 중국산 제품이다.
KT만의 특화된 장점은 로봇과 매장 상태 관리, 작동 오류 알람, 통계 데이터 수집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로봇 관제 플랫폼이다. 하지만 단순 노동력 대체를 기대하는 중소 음식점에서 체계적인 매장 관리까지 바라지 않다 보니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로봇을 팔아도 플랫폼 회사인 KT에 큰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도 문제다. 로봇에 KT 로고가 찍혀서 나가지만 제조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로봇은 베어로보틱스, LG전자, 현대로보틱스 등에서 만든 서비스 로봇을 납품받는다. 대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중간 유통망 역할인 KT에 돌아가는 이익은 크지 않다.
현재 통신 위주 영업망 자체가 로봇을 팔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 대표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탈통신’을 선언하며 사업 영역을 넓힌 셈인데, 기존의 통신 영업망에 의존해 로봇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로봇이 올해 AI·DX부문 5대 비즈니스 모델에서 빠진 것은 아직 다른 사업들에 견주어 일정 매출 규모에 도달하지 못해서였다”며 “지난해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해서 기대치에 비해 실적이 저조했지만 전년 대비 상당폭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