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를 따라가는 kt

                                                         도요타 사태와 노조의 사회적 책무


                                                                                                                                 한겨례신문 3/27(토)  기고문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이 불러온 파장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1980년 이래로 도요타가 줄곧 표방해온 극단적 비용절감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도요타주의 그 자체에 있다. 2000년 이후 그 도가 지나쳤다. 도요타는 2004년까지 대대적인 비정규직화를 통한 30%의 비용절감을 달성했다. 나아가 그 이후에는 60여개에 이르는 미세부품 수의 대폭 축소를 통한 또다른 30%의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어처구니없는 비용절감이 어떻게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비밀은 바로 도요타의 독특한 생산체제와 ‘무노조주의’를 통해 풀린다. 도요타가 세계 일류 자동차업체가 된 데는 재고율 0%를 목표로 군살빼기 생산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른바 ‘린 프로덕션’을 전면 도입한 것이 한몫을 했다. 문제는 생산 속도다. 최근 도요타는 부품을 획기적으로 축소해 자동차 한 대당 생산시간을 56초에서 50초로 급감시켰다. 이쯤 되면 노동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밀어붙이기식 비용절감과 이에 따른 노동강도 증대에 노동자들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도요타식 생산체제가 최종 완성되는 지점이 바로 무노조 경영과 다름없는 노조의 유명무실화다. 만일 도요타에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도요타식의 무차별적 비용절감을 통한 노동강도의 증대는 곧바로 노조의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대한 단협사항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안전장치상의 결함을 작업과정에서 발견한다면, 해당 생산라인의 정지와 함께 사용자에게 시정을 요구했을 일이다.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단시간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역설적이게도 강력한 민주노조의 존재에 기인한 바 큼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민주노조는 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몫을 한다. 노조의 민주적 성격과 높은 조직률은 단체협상이 원만하게 체결될 경우 해당 조직원들에게 노조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은 파업을 자제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효력을 지닌다. 노조에 대한 충성도와 조직률이 높은 스웨덴·독일 등 서유럽의 선진국들에서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동시에 향상되어 왔다는 측면에서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둘째는 기업의 내부 감시자 구실이다. 도요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공론화 할 수 있는 노조 등 사회조직이 결여되었다는 측면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노조의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임무는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 갈 것이다.

셋째는 사회적 약자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연대를 실천하는 일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잔업거부 투쟁이 대표 사례다. 현대사회에서 노동문제는 작업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사회와 정치에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건전한 내부 감시자 구실과 함께 사회적 연대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책무에 노동조합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노조를 공공의 적 취급하며 탄압을 일삼는 현 정권의 ‘친기업 반노동자 정책’은 자연스레 좌절될 것이다.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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