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0조원 달성?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참 쉽죠~잉.”

이석채 케이티(KT)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올해 연매출 20조원에 도전하자”고 제법 높은 목표를 제시했으나, 임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대부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눈치다. 올해 고가의 스마트폰을 180만대 이상 보급하기로 한 게 매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31일 케이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와 통합엘지텔레콤(LGT)은 가입자에게 준 단말기 값을 매출로 잡는다. 얼마에 가입자에게 줬느냐에 상관없이 제조업체에서 구매할 때 적용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매출에 반영한다. 예컨대 제조업체에서 100만원에 구입한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실어 가입자에게 공짜로 준 경우에도 매출 100만원이 발생한다. 매출을 늘리고 싶으면 가입자들에게 단말기를 많이 뿌리면 된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매출에는 단말기가 포함되지 않는다.

케이티는 지난해 실적에서도 단말기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케이티 매출은 18조9558억원으로, 2008년(18조9328억원)보다 23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단말기 매출이 2조9176억원에서 3조1985억원으로 2809억원 늘었다. 단말기를 빼고 서비스 매출만 비교하면 2579억원 줄었다. 케이티는 지난해 중반에는 ‘공짜 단말기’를 앞세워 개인휴대전화(PCS) 가입자를 3세대 이동통신(WCDMA) 가입자로 전환하는 마케팅을 했고, 12월에는 비싼 아이폰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케이티는 올해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을 180만대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당 출고가가 9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스마트폰에서만 1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쪽에서 볼 때 이런 케이티의 매출 증가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단말기 공급을 늘려 매출을 키우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 케이티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600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면서 비용을 일시에 반영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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