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의 인생 철학

1978년 20세에 희자매로 데뷔한 가수 인순이는 내년에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중견 가수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어느 신세대 가수 못지않다. 도대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젊어지려고 애쓰지 않아. 현재 나는 진짜 청춘이거든! 내 스스로가 찬란하게 느껴지니까”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의 이런 당당함 뒤에는 어머니의 큰 사랑이 있었다. 혼혈인이라고 남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도 어머니는 “우리 딸이에요” 하며 자랑스럽게 그를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혼혈인 딸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가족과 연락을 끊어야 했고 그 때문에 인순이는 어머니 장례식 날이 돼서야 외가 친척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방송에서도 그녀의 곱슬머리를 문제 삼았다. 데뷔 초창기 머플러를 두르거나 모자를 쓴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멋진 노래 실력은 이런 삐딱한 시선들을 한번에 제압했다. 사람들은 그를 혼혈인으로 기억하기보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로 인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뛰어난 가창력, 힘 있는 무대, 시원시원한 말솜씨. 게다가 조PD, 미쓰라진 같은 젊은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열정까지. 그는 늘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국악인 신영희 선생에게서 창을 사사하고 재즈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처럼 스스로를 새롭고 찬란하게 여길 수 있는 비결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는 건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어오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사연도, 세월도, 아픔도 다 그렇게 사라져요. 새로운 바람을 맞아야 하는데 지나간 바람을 붙잡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슬픔과 아픔을 잡은 채 힘들어하지 말고 버릴 것은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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