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부레가 없어 더욱 강하다….

KT는 7년 전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다. 외국인 지분이 47%나 된다. 그런데도 완전히 민영화됐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뚜렷한 지배주주도 없어 누가 주인이라고 딱히 말하기도 어렵다. 아무래도 공기업 체질이 느껴진다. 일부 통신사업을 독점하고 있고 최고경영자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최고 직장으로 손꼽는 요즘에 공기업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도 그렇다.

이런 KT에 입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에 연봉과 복지 수준도 괜찮다고 하니 대학생들의 선호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채용 인원이 워낙 적은 탓이다. 전체 직원 수는 3만 명을 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채용 인원은 매년 10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노조의 힘이 센 탓에 퇴직하는 사람이 없으니 많은 인원을 뽑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700명 선으로 늘린다고 한다. KT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자나 대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작년 말 무려 6000명 가까운 기존 직원이 명예퇴직했기 때문이다. 3만7000명 수준이던 직원이 3만1000명으로 줄었다. 이석채 회장은 매년 최소한 10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아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당장 신입사원을 대폭 늘릴 수는 없어 점차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자리를 잃은 퇴직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런 변화는 1년 전부터 새 경영진이 개혁을 추진한 결과다. 과거 민주노총 산하의 강성 노조가 있었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작년 초 본사의 임원들을 일선 현장의 영업 책임자로 뛰게 했다. 7월에는 노조가 민노총에서 탈퇴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2월에는 직원의 16%가 명예퇴직했다. 그것도 노조와 합의해서 추진한 것이다.

물론 KT 직원들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했겠는가.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비록 서비스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경쟁회사인 SKT는 KT의 20%도 안 되는 4000여 명의 인원으로 더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직도 KT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이명박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려는 공기업들은 대부분 과거 KT와 닮았다. 주인이 없다 보니 경영 효율이 떨어지고 부패와 비리도 적지 않다. 개혁을 밀어붙이라고 뽑은 경영자는 노조에 발목이 잡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공기업 경영자들은 대부분 개혁을 요구하는 정부와 강력한 노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신세다. 정부가 공기업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인원을 줄이라 해도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공기업 개혁 본보기 삼을 만하다

공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도 많이 줄었다. 직원 2만 명이 넘는 한국전력은 최근 2, 3년간 매년 200명만 뽑았고 100명 안팎의 인원을 선발하던 주택공사 도로공사 농어촌공사는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공기업들도 KT처럼 하면 신입사원을 더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개혁의 목표가 직원 줄이기는 아니다. 구조조정과 개혁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기업 실적에 나타나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 효과처럼 성과가 나타난다면 다시 채용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KT는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의 압력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외부 개입으로 경영이 흔들리면 개혁도 구조조정도 모래성이 되기 쉽다. 아직 미완인 KT 개혁이 성공하면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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