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심의 노동운동, 이젠 변해야(펌)

노조가 주도해 77일 동안 공장을 불법으로 점거했던 쌍용차 사태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투쟁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장애요인의 하나가 전투적 주도해 77일 동안 공장을 불법으로 점거했던 쌍용차 사태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투쟁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장애요인의 하나가 전투적 노조이고, 노사관계 경쟁력지수가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은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 속에서 노사 현장도 조금씩 희망을 주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왔다.

노사협력 선언이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하고 임금 삭감이나 동결 또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영진화학노조의 사례와 같이 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환멸을 느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노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노조의 하나인 KT노조가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함으로써 보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제3의 노총 설립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황당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19일 민주노총 경주지부가 3시간의 시한부 총파업에 나서면서 출정식을 가져 14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외동공단 18개 업체의 생산이 마비됐다. 그런데 그 요구조건이 경주시 재활용품 선별 시설에서 근무하던 조합원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탁계약 조건에 ‘전(全) 직원의 고용보장과 임금삭감 금지’가 명시돼 있어 원하면 현 상태에서 고용이 승계되고 급여도 깎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대 노조의 하나인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 임금 인하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를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19년째 연속파업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기아차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액은 6000여억원에 이른다. 기아차노조는 상반기 순이익이 4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최고의 성과를 냈으니 현재보다 하루 2시간씩 일은 덜 하되 임금을 더 받는 교대제 변경을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의 순이익 증가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정부가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줄여준 특혜에 의한 것인데, 경제위기 속에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기아차노조는 일은 줄이고 임금은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조합원 610명의 한국3M노조는 전임자 5명을 요구하는 파업을 7월2일부터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14만1625원의 임금 인상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는 금속노조가 올 임금 인상 공통 요구안으로 제시한 기본급 8만7709원 인상보다 60% 이상 높다.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액은 제시도 하지 않은 채 노조 전임자 5명, 교섭 대표 8명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은 변해야 한다. 많은 나라와 선진 기업에서 노조가 앞장서서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노와 사로 나뉘어서 다투는 것보다는 합심해 성과를 높이는 것이 각자에게 돌아갈 몫이 커진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빨간 조끼를 입은 노조 지도부가 현장에서 사라지니 생산성이 2배로 올랐다”는 한 쌍용차 협력업체 대표의 말은 우리나라에서 투쟁적인 노동운동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현장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투쟁 위주, 조직노동자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편협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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