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푼 노조(勞組)의 양보 “허리띠 같이 조입시다”-펌

"지금이 싸울 때냐" 노사(勞使) 임금 동결 확산

항공기 급유 업체인 아스공항은 10년 전 노조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작년 11월과 올해 4월 2년 연속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극심한 항공업계 불황 속에서 민주노총 소속인 이 회사 노조가 대폭 양보한 것이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임금 동결'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고, 1362명 조합원 사이에서도 임금 동결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려 내부 논의·교섭이 수차례 파국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문 닫을 지경인데 민주노총이 회사를 살려주느냐", "임금은 나중에 올릴 수 있지만 직장을 잃으면 끝장"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결국 조합원들은 투표를 통해 73%의 찬성률로 투쟁 대신 협력을 택했다.

비정규직 실직 사태로 노동 현장이 혼란에 빠졌으나, 다른 한편으로 노조의 대승적(大乘的) 양보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노사 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임금협상을 타결한 100인 이상 사업장 2451곳의 협약 임금(노사가 협의해 정한 임금) 인상률은 1.4%로, 지난 외환위기(1998~1999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이 중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인상률이 0.8%로, 노조 없는 사업장의 인상률(2%)보다 더 낮았다. 고용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노조가 임금 인상에서 양보를 한 결과다.

지난 3월 임금 협상을 타결한 부산 소재 중소 철강업체 YK Steel의 경우,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사측에 제안했다. 노조는 경영이 악화된 회사가 고용안정을 보장하면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고, 사측은 고용안정을 포함해 정년을 2년 연장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여행사 모두투어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노사 교섭을 통해 임금삭감, 근로시간 단축 등에 합의했다. 35억원 이상의 경비를 절감하는 자구노력 끝에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전 직원이 특별성과급(총 1억8000만원)을 골고루 나눠 받았다.

유영관 당시 노조위원장은 "고용유지가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과격한 노동쟁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아 협력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임금협상을 타결한 사업장 중 임금을 동결·삭감한 곳은 46.1%(1129곳)로, 작년 상반기(149곳)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이 중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총 403곳으로 민주노총 소속 94곳, 한국노총 소속 218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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