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KT의 미래는 낙하산부대가 점령?

이석채 회장 ‘물갈이 개혁’…‘소용돌이’ KT
기존 임원 대거 내몰고 외부 전문가로 채워
‘비리 척결’, ‘개혁 빙자 낙하산’ 평가 엇갈려
? 이석채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주요 임원
케이티(KT)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경영진과 임원들이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개혁 대상’으로 몰려 지방 영업현장이나 자회사 사장으로 대거 내몰리고 있다. 대기 발령을 받거나 심적 부담을 못이겨 떠나는 이들도 많다. 비워진 자리는 ‘외부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케이티는 최근 ‘대외전략실장’(부사장) 자리를 신설하고, 전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으로 잠시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조용택씨를 영입했다. 앞서 케이티는 케이티에프(KTF)를 합병하면서 ‘대외부문장’(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옛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홍보실장 출신의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앉혔다. 석 부회장은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현직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 한국오라클 사장 출신의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 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의 김일영 그룹전략팀장(부사장), 신한은행 출신의 양현미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전무), 엘지생활건강 출신의 송영희 홈고객 전략본부장(전무) 등도 이석채 회장이 영입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외부에서 뽑아들인 주요 임원만도 2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반면 기존 임직원들은 개혁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 케이티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그동안 저지른 비리가 있으면 6월30일까지 자진신고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까지 신고하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 이상 크게 문제삼지 않겠지만, 신고하지 않다가 7월부터 강도높게 벌일 예정인 감사에서 적발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에 기존 케이티 임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현재 기세로 볼 때 살아남을 방법은 자진신고밖에 없어 보인다. 이 회장이 검사를 영입해 맡긴 윤리경영실은 서울서부지역본부 감사에서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30여명의 임직원을 비리 행위자로 적발해,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고 자진신고를 하기도 쉽지 않다. 자진신고를 하는 순간 그동안 케이티에서 쌓은 인맥이 산산조각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을 챙겼다고 가정해보자. 윗사람에게 상납했거나 관련자들끼리 나눴을 것이다. 자신신고하면 누구와 비리를 저질렀는지, 어디에 썼는지도 다 불라고 할 거 아니냐.” 케이티의 한 임원은 “그동안 서로 밀고 끌어주던 관계가 모두 깨지고, ‘배신자’라고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걱정은 ‘유탄’을 맞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진신고나 감사에서 걸린 임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까 서로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이미 감사에 걸린 직원이 상사의 이름을 거론해, 그 상사가 사표를 쓴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심적 고통을 못이겨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 상무급 중에서도 몇명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케이티를 개혁하려면 위부터 물갈이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케이티는 민영화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료주의적인 공기업 문화가 남아있다. 협력업체로부터 현금이나 골프회원권을 받고, 영수증을 위조해 장비납품 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부풀려 챙기는 사례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비리를 척결하고, 외부 전문가를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반면 외부 전문가 영입을 빙자한 낙하산 인사, 정부나 정치권에 ‘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임원들은 대부분 개혁 대상에서 ‘구제’를 받은 사례 때문에 후유증이 클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한 임원은 “열심히 일하기보다 정치권에 줄을 만드는 게 오래 살아남는 길이란 메시지가 임직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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