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장 ‘낙하산 인사’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그제 케이티(KT) 사장 후보로 결정됐다. 그 결정 과정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 개입 방식과 행태가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그대로 드러난다. 이씨를 케이티 사장으로 내려보내려고 사장 공모 중에 관련 규정까지 바꾸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먼저 문제되는 게 ‘낙하산 인사’ 논란이다. 이 정부가 이석채씨를 사장으로 앉히려 한다는 소문은 사장 공모가 시작될 때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씨는 대통령 측근인사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더 큰 문제는 케이티가 민간기업이라는 점이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지탄받아 마땅한데, 정부가 아무런 권한도 없는 민간기업에까지 친정부 인사를 내려보내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케이티는 과거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전체 주주의 45.5%(지난해 말 기준)가 외국인이고, 20% 정도가 국내 일반주주인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케이티 인사에 개입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사장 공모 과정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케이티는 지난달 5일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그런데 정부가 사장으로 염두에 둔 이석채씨가 사장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정관상 경쟁업체 임원을 지낸 자는 케이티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씨는 엘지전자 사외이사 등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케이티는 경쟁업체 임원도 케이티 사장 등이 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기로 했다. 경기를 시작한 뒤 경기규칙을 바꾼 셈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케이티는 물론 민간기업이다. 따라서 자기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관을 개정해 유능한 경영자를 선임하는 걸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그런 과정이 케이티 자체 판단과 결정으로 이뤄진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보자. 이번 인사의 배후 조종자가 이 정부라는 건 ‘공개된 비밀’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눈만 뜨면 법과 질서 지키기를 강조한다. 그런 정부가 민간기업의 규정과 절차를 제멋대로 뜯어고치면서까지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케이티 사장 인사에서 손을 떼고, 케이티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사장 후보를 다시 결정하는 게 옳다.
한겨레신문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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