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심(勿忘初心) (펌)

요즘 KT에 대한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가 검찰의 남중수 KT 사장 조사건이다 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이 얘기다.

그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남 사장이 구속되면 누가 후임으로 갈 것 같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S씨가 유력하다느니, J씨가 유망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거론되는 인물만 무려 10명에 이른다. 누구는 사장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되며, 누가 최적임자다 라는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아직 남 사장이 사퇴를 한 것도, 그렇다고 구속된 것도 아닌데 시장에서는 남 사장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존재가 됐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높은 곳(?)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번쯤 ‘유력하다’고 말을 들었던 인물들은 모두 현 정부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누구는 MB캠프에서 IT특보를 했다는 점에서, 특정인은 현 정부에서 미안한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 장관 중 한명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문회의의 민간위원이라는 게 이유다. 어디에서도 KT의 주주를 위해, 또는 KT의 비전과 발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는 없다. 단지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일까. 최근에는 KT를 ‘주식회사 BH텔레콤’ ‘MBT’라고 부르는 사람도 생겨났다.

KT는 지난 2002년에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의 옷을 벗고 민영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라서 KT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따라서 사장 역시 주주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물망초심(勿忘初心), 또는 초심불망(初心不忘)이란 말이 있다. 잘 알다시피 처음 마음먹은 것을 잊지 말라, 또는 일을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할 때 ‘기업 프랜들리(friendly)’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인을 치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정부가 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

피카소는 어릴 적 동심(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세계적인 화가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현 정부에 더도 말고 5년만 초심을 지켜달라고 한다면 너무 큰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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