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지 않는 태양을 기대하라

데이빗 레빈은 밴더빌트 의대 교수였다.그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 가장 두렵게 생각했던 것은 ‘루게릭병’이라고 부르는 무서운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었다.처음 의대생으로 이 병에 걸린 환자를 접했을 때 담당 의사는 몸서리를 치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가망이 없어.이제 몸 신경 전체가 마비되어 의사 전달도 못하고,6개월 안에 죽게 될 거야.”

그런데 46세가 되었을 때 데이빗이 이 병에 걸리고 말았다.다리가 점점 굳어오고,갈비뼈들이 마비되어 갔다.곧 혀가 굳어 말도 할 수 없었고,책갈피도 넘길 수 없는 몸이 되었다.그는 더 이상 병원 일을 볼 수가 없었다.뛰어난 의학자로서의 그의 미래는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그의 영혼만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동료 의사로부터 단 한 개의 스위치만으로 작동 가능한 컴퓨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그 스위치는 몸의 작은 근육 하나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근육은 눈꺼풀뿐이었다.그래서 그 후 4년 동안  데이빗은 눈꺼풀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연습했고,마침내 그 눈꺼풀 근육 하나로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됐다.그렇게 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었고,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며,글을 쓰고,원고를 점검할 수 있었다.이후 그는 의학 자문 일을 계속 했고,의대 학생들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내분비학에 대한 종합 교과서도 펴냈고,이로 인해 저명한 상도 받았다.이 모든 것들은 그의 눈꺼풀 근육 하나로 이뤄낸 것이다.

 데이빗은 말했다.“병은 당신의 몸을 힘들게 한다.그러나 어떻게 당신이 당신 육체뿐이겠는가?불구는 당신의 다리를 마비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당신이 어디 다리뿐이겠는가?당신의 의지는 당신의 다리보다 크다.당신의 의지는 당신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온 몸이 마비되어 쓸모없는 인간같이 돼 버린 육체를 가진 사람.그러나 그가 가진 단 두 가지,움직일 수 있는 눈꺼풀 근육과 결코 포기하지 않은 영혼의 불꽃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훨씬 풍성한 인생을 일궈 냈다.당신에게 움직이는 눈꺼풀 근육이 있는가?그렇다면 당신은 지구를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진 것과 같다.조금 외롭고,조금 어렵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된다.

 월남전에 포로가 된 미군들은 포로수용소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간신히 살아남았다.그런데 이들 중 많은 수가 단순히 살아남은 데 그친 게 아니라 갇혀 있는 시간을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어떤 포로들은 기타 치는 법을 배워서 4,5년간의 포로생활 뒤에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됐다(기타가 수용소 안에 있었느냐고?천만에.기타를 잘 치는 포로 하나가 긴  막대기에 줄 몇개를 달아 놓고 가르친 것이다).또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던 한 포로는 나무판자에 건반을 그리고 동료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몇 년 뒤에 아주 훌륭한 연주자들이 되게 했다.매일 팔굽혀펴기를 연마해 미국에 돌아 온 어떤 포로는 한 번에 4,500번의 팔굽혀펴기를 해서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공군 대령 조지 홀 같은 사람은 7년 수용소 생활 동안 매일 골프 스윙을 연습했다.(긴 나뭇가지 하나 주워서 골프채라고 생각하며 매일 휘둘렀다).미국으로 돌아온 지 1주일만에 그는 뉴올리언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해서 우승했다.또 여러 인종들이 함께 섞여 포로 생활을 하다 보니 전부 불어,한국어,스페인어,중국어 같은 외국어2,3개쯤은 자유롭게 구사하게 됐다.4,5년 동안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언어를 습득하게 된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둡고 외로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가?지금 이 순간은 우리 삶의 숨겨진 보석을 끌어내기 위한 시간이다.이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짐 히크메트가 감옥에서 쓴 시를 선물하고 싶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하늘은 새벽이 오기전에 가장 캄캄하다고 했다.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을 기대하면서 다시 시작해 보지 않겠는가?포기하지 않는 당신 위에 눈부신 축복의 햇살이 비출 것이니.


필자 : 한홍님 횃불트리니티 리더십센터 원장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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