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장

12월 중순이면 KT 새 사장의 윤곽이 드러난다. KT가 12월 중순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 후보와 1월 초 임시주주총회 날짜를 정할 것이기 때문에 곧 새 사장의 면면이 드러나게 되는 것.

KT의 새 사장은 선임되는 날부터 양 어깨에 천근보다 무거운 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국내 통신업계 맏형으로서 통신과 IT산업을 대변해 주길 바라는 외부의 기대는 그 자체로 만만치 않은 짐이다.

가뜩이나 돈벌이가 팍팍해진 통신산업 형편에 세계적 불황까지 겹쳐진 시기에 KT의 성장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책임도 적지않은 무게다. 여기다 전임사장이 비리문제로 불명예 퇴진을 한 뒤여서 KT의 이미지 개선과 투명경영을 위해 내부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까지 새 사장의 몫이다.

여기다 KT는 새 사장의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얹어 놨다. 사장을 뽑겠다며 공모까지 마친 상황에서 돌연 사장후보의 조건을 변경하면서 낙하산이니 사전내정이니 하는 온갖 억측을 만들어 놓은 것. 결국 KT 경영진은 새 사장에게 숱한 억측들을 해명하고 갈라진 여론을 봉합하는 짐까지 더 지워놓은 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관조항은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독소조항이란 점은 분명하다. 경쟁사나 경쟁그룹에서 최근 2년내에 임직원을 지낸 사람은 사장후보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해, ‘주인없는 회사’ KT가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사장으로 모실 수 없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모까지 마치고 후보평가 도중에 후보 선임조건을 바꾼 것은 분명 객관적 투명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부분이다.

단, 탁월한 식견을 가진 KT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들이 많은 고민을 거듭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고, 이미 결정된 사항임을 생각하면 당분간 정관개정이 옳았느냐 여부에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두고두고 선임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시비거리로 따라붙게 될 KT 새 사장이 운신할 폭이 너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설사 현재 내정설이 돌고 있는 아무개 인사가 아니더라도 시비는 붙을 것이다.

KT 새 사장은 성장 동력 찾기, 방송·통신 융합 미디어의 새 흐름 만들기, 내부혁신 같은 숙제와 함께 KT의 경영구조 바꾸는 일을 당면과제로 안게 됐다.

사장이 사외이사를 뽑고, 이들이 경영 감시는 물론 후임 사장까지 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 없는 KT의 구조적 문제점이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KT의 경영구조를 뜯어고치는 작업은 다단계의 심층적 문제를 신중히 고민해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누구 입김에 따르거나 임의적 판단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임되더라도 외풍을 이기기 쉽지 않은게 KT 사장자리다. 이번처럼 절차적 시비거리를 안고 탄생할 사장이 과연 이같은 외풍과 억측을 감당해내면서 어려운 숙제를 풀어낼지 걱정하는 것이다.

KT는 정관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사장후보 추가공모를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그동안 쏟아진 절차적 시비를 만회하려면 지금부터라도 투명한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새 사장이 소신있게 KT를 운영할 수 있는 틈을 조금이라도 넓혀주기 위해 KT 경영진이 베풀 최소한의 배려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