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조, 2011년 위원장 선거때 후보자 매수”…당시 합의서 등 공개

“KT 노조, 2011년 위원장 선거때 후보자 매수”…당시 합의서 등 공개

등록 :2016-03-10 12:24수정 :2016-03-10 13:53

 

케이티(KT) 노동조합 정윤모 위원장 쪽이 2011년 노조 위원장 선거 당시 상대방 예비후보한테 고액의 아파트 전세와 중형차를 제공하는 등 ‘후보자 매수’ 행위를 한 정황이 10일 공개됐다. 케이티 노조는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동의하는 등 회사 쪽 경영 방침에 협조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왔다.

케이티 노동인권센터와 케이티 전국민주동지회 등은 이날 서울 광화문 케이티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티 직원 출신인 조일환씨가 2011년 12월 정윤모 위원장과 체결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합의서는 조일환씨가 낸 노조 위원장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 대가로, △3년간 노동조합 간부직을 보장하고 △조일환씨가 거주할 사택(30평 이상)을 제공하며 △조씨의 출퇴근 차량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합의서는 정 위원장의 대리인인 최창복 케이티 노조 조직실장과 조씨의 명의로 작성됐으며, 경기 성남의 한 법무법인에서 공증을 받았다. 정 위원장이 이날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작성한 ‘자필 확인서’도 함께 공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합의서가 실제 이행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도 함께 공개됐다. 조씨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부천 원미구 ㅍ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케이티 노동조합은 2012년 1월9일 2억6000만원을 주고 전세권을 처음 설정한 뒤 2014년과 2016년 각각 3억5000만원, 4억4000만원을 주고 전세권을 갱신한 기록이 남아있다. 또 조씨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SM5) 역시 2012년 1월부터 케이티의 자회사인 ㈜케이티렌탈에서 리스한 것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당선된 정 위원장의 임기 개시에 맞춰 아파트 전세와 차량이 제공된 셈이다.

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낸 양심선언문에서 “2011년 당시 노조 위원장 선거 중지로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어 노조 쪽에서 가처분 취하를 요구해 왔었다”며 “이에 대한 대가로 받은 불의한 타협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책임감과 자괴감을 항상 느껴왔다. 지금이라도 어리석었던 사실을 밝혀 케이티 조합원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케이티 노동인권센터의 조태욱 위원장은 “조일환 당시 예비후보의 양심선언을 통해 후보자 매수 행위와 이같은 밀약을 위해 조합비를 유용해 온 정황이 입증됐다”며 “케이티 민주동지회와 케이티 노동인권센터는 정 위원장의 불법행위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1년 당시 케이티 노조 위원장 선거는 온갖 파행 속에 치러졌다. 조씨는 당시 케이티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자 등록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며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은 두차례에 걸친 조씨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당시 선관위는 ‘친사용자’ 행보를 보였던 전임 노조 집행부 위주로 구성된 상황이었다. 법원의 선거중지 결정이 나온 뒤 진보 성향의 후보들은 선관위 사퇴를 요구하며 2차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그러나 조씨가 선거 예정일 하루 전인 2011년 12월7일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서, 정 위원장 단독 후보로 선거가 치러졌다. 갑작스런 가처분 취하를 조건으로 한 ‘뒷거래’ 내용이 이날 공개된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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