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거버넌스’ 문제로 발목 잡혀…KT ‘박윤영호’ 리더십 공백 어쩌나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1회 | 작성: 2026년 2월 26일 오후 10:03‘거버넌스’ 문제로 발목 잡혀…KT ‘박윤영호’ 리더십 공백 어쩌나

CEO(최고경영자) 교체기에 접어든 KT는 주주총회 3개월 전인 12월 말까지 차기 후보 선임을 마쳤다. 이후 내정자는 통상 1월 초부터 서초구 우면연구센터에 인수위원회 성격의 사무실을 마련해 경영 구상을 구체화해 왔다. 이 시기 내정자가 현직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고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는 선임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며 전면 중단됐다.
지난 12월 22일 제기된 대표이사 선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두 달째 지연되면서 KT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박윤영 대표 내정자의 선임 절차 자체가 전면 무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후보 압축 및 면접 전반에 관여하며 선임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했는지 여부다. 조승아 사외이사는 KT의 대주주인 현대차의 계열사(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던 점이 뒤늦게 밝혀져 소급 퇴임한 상황이다.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위원장은 “33인의 사장 후보 중에 저도 있었고 후보들이 조승아 이사와 화상 면접도 봤다. 뒤늦게 결격사유를 알게 된 KT가 조 이사를 최종 면접에 들여보내지 않았지만, 무자격자가 최종 3인 후보를 압축하는 심사 과정에 계속 참여한 점은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한 상법 제542조의8과 KT 정관 제42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승아 이사를 배제하면 이사회가 전원 남성으로만 구성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 20에서 규정한 성별다양성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상법, 자본시장법, 정관 등 세 가지 이상의 위반 사항이 얽혀있다”고 말했다.
CEO 선출 과정에서 회의록과 투표용지를 파기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월 23일 국가수사본부에 접수된 고소 건은 현재 종로경찰서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3월경 수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조태욱 위원장은 “대표이사 선출 방식을 결정할 때부터 조 이사가 참석했기 때문에 원천 무효가 맞다. 또 면접에 참여한 후보자로부터 조 이사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면접을 진행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일요신문이 입수한 KT 측 답변서에 따르면, 사측은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이사들만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다면 이사회 결의는 유효하다”며 조 이사의 참여 여부가 결의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상 성별 다양성 조항 위반 논란에 대해서도 “입법자가 별도의 형사적·행정적 제재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제재를 통한 정책 실현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중대한 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본안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있음에도 대표이사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등 막대한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며 가처분 기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를 제외하고도 의결 정족수 등 형식적 요건이 갖춰졌다면, 무효를 주장하는 측에서 무자격 이사가 심사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짚었다. 다만 “개별 사안만으로는 하자의 중대성이 부족할지라도 여러 결함이 중첩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고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더 밝혀진다면 법원이 이를 절차 전반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간주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KT 이사회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들의 후임 인선과 분산형 교체 구조 전환, 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자체 쇄신안을 발표했으나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KT새노조는 대통령실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사태는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사회가 추가적인 사외이사 교체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사회의 ‘셀프 수습’이 경영 공백을 해소할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24일 KT 이사회가 예정대로 개최됐으나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KT 제1노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모른다. 노조 입장은 기존에 발표한 성명서 내용 그대로고 이사회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KT 임직원 1만 명 이상이 가입한 제1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경영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대표 후보가 확정되는 즉시 임시주총을 열어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외이사 중 1인을 노조 추천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중단됐다. 이는 지난해 조직 정비를 마치고 새해 사업 전략에 돌입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대조적이다.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이 3월 주주총회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거버넌스 문제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기존에 하던 사업에서만 계속 실적을 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이사회를 비롯한 거버넌스 문제로 발목이 붙잡혀 있다. 신임 CEO가 비전을 정리해야 그에 따른 투자 계획과 KPI(핵심성과지표)가 설정되고, 이에 맞춰 임원 세팅과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법인데 현재 KT는 구체적인 전략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변화 속도가 가파른 AI 시대에는 하루가 10년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대량의 AI 칩 확보 등 공격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의사결정이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리더십 공백 탓에 현상 유지를 위한 통상적 투자에 머물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 이사회 측은 “현 단계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