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단순 보안사고 아니다…통신주권 훼손한 중대 사안”
허위보고·셀프 연임·날치기 선임 논란까지…이사회 책임론 확산
차기 CEO ‘회전문 인사’ 의혹도 도마…검경 수사 촉구 목소리
![KT 해킹사태 이미지. [그래픽=윤남웅 기자]](https://cdn.joongangenews.com/news/photo/202601/486999_289366_1658.jpg)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대규모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를 둘러싼 은폐·허위보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 조치 없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시민사회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공공 인프라를 담당하는 통신사가 국민의 통신주권과 정보 보호 의무를 저버린 채 경영진과 이사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6일 한국YMCA전국연맹은 성명을 내고 “KT 사장과 이사회, 예비 CEO는 즉각 총사퇴하고,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가 아닌 “시민의 일상과 권리를 직접 위협한 공공 인프라 신뢰 붕괴”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책임 추궁에 나선 것이다.
YMCA는 KT가 대규모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인지하고도 투명한 신고와 정확한 보고, 신속한 피해 구제라는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된 다수의 서버를 발견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 삭제 조치로 은폐했고 정부에는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을 중대한 문제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KT가 악성코드 침해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악성코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바탕으로 경쟁사 고객을 겨냥한 대규모 번호이동 마케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그 사이 가입자의 통화·문자 관련 정보가 유출됐고, 불법 초소형 기지국(일명 펨토셀)을 통한 휴대전화 무단 소액결제 피해로 수백 명의 이용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YMCA는 “사실관계가 드러난 이후에도 KT의 사과와 배상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초유의 중대 사고 앞에서 경영진과 이사회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셀프 연임·날치기 선임’…무너진 이사회, 책임은 어디로
비판의 화살은 KT 이사회로도 향했다. YMCA는 개인정보 유출과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한 채, 절차적 논란 속에서 부적격자를 CEO로 선임했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결격 사유가 발생해 자격 상실이 명백한 사외이사를 CEO 선출 최종 심의 직전까지 참여시킨 뒤, 최종 심의 당일에는 물리적으로 배제한 채 의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YMCA는 이를 “날치기 통과”라고 규정했다.
앞서 이사회가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이사 4명 전원에 대해 ‘셀프 연임’을 단행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무자격 이사 역시 해당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YMCA는 “국민의 통신기본권과 보안 위기를 방치한 채 CES 참관을 위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이사회 모습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직격했다.
KT 이사회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이 규정한 이사회 성별 구성 특례를 위반해 여성 이사를 배제한 점도 강하게 비판됐다.
YMCA는 “특정 성별이 이사회를 독점한 구조는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자, KT가 스스로 내세운 ESG 경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수의 이사회 구성원이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들로 채워진 가운데, 법률 검토 역시 검사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법무 조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KT가 아직도 정치 권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기 CEO 내정자인 박윤형 후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YMCA는 박 내정자가 과거 KT 재직 시절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이른바 ‘쪼개기 후원’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고, 최근까지 KT 협력업체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원청 대표로 직행하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공정거래를 저해하고 심각한 이해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YMCA는 “박 내정자의 선임은 무능과 무책임, 불법과 도덕적 해이를 덮기 위한 현 경영진과 이사회, 일부 기득권 세력 간 야합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KT 사장과 이사회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불법 의결과 절차적 하자, 이사 셀프 연임과 관련한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영진과 이사회의 일괄 사퇴와 수사 없이는 KT의 근본적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흠결투성이 예비 CEO 역시 시간을 끌지 말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YMCA는 “KT는 특정 세력의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의 통신 인프라”라며 “법과 상식, 정의에 부합하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사회와 CEO 선출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감시와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