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달 5일 18시에 사외 회장후보 공모를 마감한다. 이미 사내를 대상으로 후보군 조사도 실시했다. 절차대로라면 차기 회장 윤곽은 12월쯤이 나온다. 당분간 온갖 하마평이 무성할 것이다. 임기 3년이지만 KT 회장은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최고 관심사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식상하지만 KT 위상과 역할에 맞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상식론이다. 수십억대 연봉에서 사업 집행과 인사까지 막강한 권한을 향한 부러움과 호기심도 빼 놓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고 심사방법도 달라졌으니 참신한 인물을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래도 가장 확실한 이유는 위기감이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현재’ KT도 문제지만 비전 없는 ‘미래’ KT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KT가 과연 위기일까.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이익률, 자산 규모 등 많은 데이터를 훑어봐야겠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시장가격 즉 주가다. 시장가치는 곧 기업의 미래를 보는 바로미터다. 과거 10년, KT 최고상한가는 5만1700원(2009년 1월 29일)이었다. 5년으로 보면 2017년 8월 4일, 3만5550원이 최고가였다. 다시 1년으로 좁히면 3만1250원(2018년 12월 18일)이다. 엊그제 11월 1일 KT 주가는 2만6600원으로 마감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다. 전체 주가추이와 대외변수, 경쟁사 상황까지 들여다봐야겠지만 추세는 날개 없는 추락이고 미래가치가 갈수록 쪼그라든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 의견이다. 먼저 ‘사라진 도전과 혁신’이다. 민영화 이 후 KT에서 시장을 강타한 혁신 모델이 전무했다. 그나마 2009년 애플 ‘아이폰’ 첫 도입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합병 1년 전부터 KTF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다. 산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한민국 통신 맏형’으로 KT가 선도해 산업을 고도화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이 대세지만 누구도 KT를 대표 주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렀다. 국내에 안주했다. 통신은 기간산업이다. 내수서비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진입장벽이 심한 나라가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싱가포르 유무선 1위 ‘싱텔’을 보자. 2018년 매출 19조, 시가총액 40조원으로 KT보다 작지만 호주·아프리카 등 21개국에 7억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다. KT정도라면 국내 기득권을 버리고 해외로 나갔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다. 책임지는 주인이 없다. 2002년 민영화했지만 국민연금이 1대 주주다. 2015년 초 국민연금 지분은 8.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3%다. ‘무늬만 민영화’일 뿐 외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거버넌스 구조다.
공모일이 다가올수록 차기 회장을 놓고 한마디씩 거든다. 비전과 통찰력, 전문성과 리더십과 같은 흔한 이야기에서 정치입김에서 자유로운 인물에 이어 ‘KT 내부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나온다. 모두 충분조건이다. 필요조건은 ‘미래 가치’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심이 없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뚝심과 배짱이 생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면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이미 KT 역사가 증명했다. 단돈 ‘1원’ 연봉을 받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없다면 KT 회장은 누가되던지 도긴개긴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