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고과연봉제 논쟁,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글은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앱에서 벌어진 ‘고과연봉제’ 논쟁에서 민주동지회의 입장을 밝힌 글입니다.


우선 장문의 글에 감사 드립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분명한 관점차이 때문에 서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논점을 제기해 주셔서 활발한 토론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최종 판단은 KT직원들의 몫일 듯 합니다.

여러 쟁점에 대해 각자 의견을 충분히 나눈 듯 해서 이번 글은 ‘호봉제, 연봉제중 어느 것이 KT노동자에게 유리한가?’라는 주제로 한정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효율적 논의를 위해 ‘호봉제’에 대한 IIIilillii님(이하 엘엘님)의 주장을 요약,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호봉제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임금이 자연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뿐더러 ‘장기 근속’을 할 경우에 유리하므로 ‘장기 근속’을 강제화한다. 장기근속은 개인의 역량 또는 성과와 거의 무관하게 (생계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만 지급하며 계속 노동자로 묶어두는 방식이다.​
  2. 호봉제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조합’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노동자 전체의 임금을 가지고 협상을 하는 노동조합의 권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본인의 역량 또는 성과와는 무관하게 적당한 수준의 급여만 받고 계속 일을 해야 할 뿐이다.
  3. 호봉제의 장점은 안정적인 급여인상을 통해 장기근속을 유도하여 고숙련자를 락인(Lock-in)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KT에서 대부분의 분야는 고숙련자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호봉제가 필요한 곳은 제조현장이나 서비스, 공공, 금융 부문 정도이다. 이들은 대부분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성과측정이 어렵거나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엘엘님 주장의 문제점은 많은 경우 전제가 되는 사실보다 거기에서 이끌어내는 ‘결론’에 있습니다.

​가령 호봉제가 장기근속과 연결된다는 전제는 타당하지만, ‘장기근속’이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에는 고개가 가우뚱해지게 됩니다. KT 노동자들 중에서 ‘장기근속’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안정적 생애소득을 확보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장기근속은 매우 중요하기 마련입니다.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이익을 서로 대립시키며 호봉제가 노동조합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측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매우 일면적입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는 한 노동조합의 권력, 즉 협상력이 강한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며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엘엘님도 노동조합의 운영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시는 듯 합니다) 애초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개별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자본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어 단결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엘엘님이 ‘장기근속’과 노동조합의 ‘집단적 협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짐작하건대 아마도 이 문제를 ‘특출한 능력과 성과를 확보한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일 듯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유추하자면 노동자 개개인은 특출한 성과를 올려 개별적 보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빨리 노동자라는 처지에서 탈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이는 장기근속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특출한 개인’이라면 본인의 역량과 성과를 회사와의 개별적 협상을 통해 인정받아 장기근속 – 엘엘님의 관점에서는 ‘노동자로 계속 묶어두는 방식’- 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대부분의 KT노동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S등급을 받는 10%의 인원보다도 훨씬 적은 극소수에게나 해당할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탁월한 능력과 성과를 가진 개인이라면 ‘호봉제’이건 ‘연봉제’이건 간에 회사가 별도 보상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엘엘님 말대로 핵심인력이 이탈하면 회사로선 손해니 말입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탁월한 성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평범한 노동자들이 ‘장기근속’을 선호하고, 노동조합이 ‘강한 협상력’을 가지고 임금인상을 따내길 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엘엘님이 호봉제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것들, 즉 장기근속과의 강한 연결성,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야말로 평범한 다수 노동자의 관점에서는 호봉제의 장점에 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본가 단체들이야말로 호봉제가 가진 이러한 ‘장점’을 너무나 잘 알기에 공격하는 것입니다. (KT에서 고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조합의 어용화에 이용되었고 협약인상률을 낮추는 효과를 낳았다는 민주동지회의 주장은 이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의 임금체계 변동을 돌아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호봉제(연공급제)는 애초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낮았던 시절에는 사용자(자본)들에게 유리한 제도였습니다. 그때,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미래의 보상을 미끼로 현재의 저임금을 감내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호봉제는 자본이 처음 가졌던 의도와 다르게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변형되었습니다. 8,90년대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에 힘입어 상당수의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강한 협상력과 투쟁을 통해 초임수준을 높이고 고용안정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자본가 단체들이 호봉제를 공격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본은 이에 더해 엘엘님이 선호하는 직능제 – 직무급제 – 도입도 함께 염원하고 있죠)

한편 호봉제와 KT의 정합성에 대해 논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한 모순도 느껴집니다. 엘엘님은 KT의 경우 몇몇 분야를 빼고는 대부분 ‘고숙련’이 필요하지 않다며 약간 후려치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엘엘님의 진단이 맞다면 과연 대다수의 KT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탁월한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서, 개별적 협상 – 엘엘님의 표현은 ‘제대로 된 연봉제’ – 를 통해 빨리 노동자라는 처지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엘엘님 판단에 비추어보더라도 개별적 협상을 통한 성과보상이 가질 수 있는 유리함이란 극소수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예외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더구나 사실 엘엘님이 호봉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경우인,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개별적) 성과측정이 어려운’ 경우야말로 KT내 업무의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현장의 대표적인 업무인 CM,영업 업무 뿐만 아니라 본사의 네트워크, IT, 지원, 기획, 관리 등 여타의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한편 개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성과측정이 가능한 대표적인 경우인 AM직무는 이미 별도의 임금체계를 적용 받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엘엘님의 구분법을 따르더라도 KT는 일반적으로 호봉제가 더 어울리며, 예외적 경우에만 별도 성과보상을 결합하는 방식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사실 이는 스타트업 또는 특별한 업종이 아닌 대부분의 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물론 민주동지회는 위의 구분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냐를 따지기 보다는 노동자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민주동지회가 평가하기에 엘엘님은 ‘노동자의 관점’ 보다 ‘자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주장하시는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쟁점에서 자본의 입장에서 보는 ‘효율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계신 듯 하구요. 이런 기본적인 관점 차이가 가장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에 세세한 쟁점에 대한 이견을 다시 말씀 드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말씀해주신 여러 사실관계와 의견들은 좋은 참고로 삼겠습니다.

한편 사족이지만 KT민주동지회가 ‘고과연봉제 폐지’ 주장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 또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민주동지회는 현재 많은 젊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정당하다고 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블라인드에 종종 ‘투잡’이야기가 나올 정도겠습니까? 그래서 당분간 젊은 연차의 직원들에게 임금인상의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단체교섭에서 협약임금 인상방식을 정액방식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또한 포괄임금제 폐지(초과근무수당을 기본급화), 기준급-역량급 통합과 성과급 체계 개선, PS(성과배분)제도 도입, 선거공정성과 효율화를 위한 온라인투표방식 도입 등의 주장도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민주동지회는 앞으로도 KT노동자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고민하고 주장해 나갈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 글에서 언급된 블라인드 게시글을 아래 옮깁니다.

우선 상관 없는 분글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관심 없으신 분은 그낭 뒤로 가기로 나가시면 됩니다. (글이 꽤 길고 잡소리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 있으니 안 읽는게 정신 건강에 좋으실 것 같습니다)

민주동지회(이하 민동회)에서는 제 답변에 대한 답변으로 몇가지 의견을 주셨습니다.

요약하면

  1. 매출대비인건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나 그 비율을 보면 인건비를 증가시킬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2. 직원도 이해관계자로서 회사의 주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에게도 이익을 공유해야한다.
  3. 호봉제가 업무태만을 불러온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60%의 회사가 호봉제를 운영 중이고 잘 돌아가고 있으기 때문에)
  4. 저(글쓴이)는 호봉제 또는 연봉제 중 어느것이 옮은지(?)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5. 여러가지 사건 등을 보면 회사와 현 노조간 결탁(?)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며 그를 통해 임금 억제 등 kt 노동자의 권익을 해치고 있다.

먼저 매출대비 인건비율이 10%대이므로 인건비 부담에 여력이 있다는 말씀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와 임단협에서 저런 말을 한다면 100% 공격 당할 여지가 큽니다.) 앞선 글들에서 매출대비인건비율이 자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 외의 변수는 ‘매출’ 입니다. 아시겠지만 매출대비인건비율은 인건비가 그대로라도 매출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2010년 대비 2018년 인건비는 그대로지만 매출대비인건비율이 증가한 것은 ‘매출’이 줄었기 때문입니다.(19.9조->17.3조로 약 13% 정도 줄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매출이 10조가 되면 매출대비인건비율이 2008년을 훌쩍 넘는 18%가 되겠죠.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길 기원합니다.)

또 다른 수치를 보겠습니다. 영업이익이죠. 회사가 지속되려면 영업을 하고 이익이 나야합니다. 영업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는 지속되기 어려우니까요. 그 영업이익이 2008년 1.1조, 2010년 2조였다가 2018년 0.9조입니다. 참고로 2018년 인건비는 1.8조로 영업이익의 2배고요. 물론 영업 이익대비 인건비율은 따질수 없습니다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어드는데 인건비를 대폭 올려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직원도 이해관계자로서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기업이 득한 성과를 공정하게 나눌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드립니다.말씀하신대로 법적 주인은 주주이나 기업 운영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경영진, 직원, 협력사, 고객, 정부 등)에게 성과가 배분되어야 한다는데는 공감을 합니다.

다만 과연 성과가 나아졌는가?에 대해서 보는 시각이 다른것 같습니다. 앞서 수차례 말씀 드렸듯 KT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줄어들었습니다. 주가 또한 2008년 종가 3.7천원에서 현재 2.6만원으로 30%가량 낮아졌습니다. 배당 또한 2000원에서 1000원으로 50%이상 줄어들었고요.(중간에 배당을 하지 않은적도 있습니다.) 직원 월급이 30% 오를동안 주주들은 본인 자산의 평가액이 30% 절하되었으며 배당 또한 줄었습니다. 그런데 민동회에서는 성과를 배분하자고 말합니다. 이게 올바른 것인가요?

진정한 이해관계자라면 성과를 나누자는 말만 하지 말고 실패 또는 손실에 대한 책임도 분담해야 하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노동자는 대립하는 사이가 아니라 공생하는 사이니까요. 물론 이전 글에서 말씀 드렸듯 이 와중에 본인들(?)의 실리를 챙긴 일부 경영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0년과 앞으로의 100년을 논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므로 지난 10년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볼때 kt에 필요한게 호봉제일까요?? 민동회에 여쭙고 싶습니다.

+잡소리, 주주자본주의를 탈피하자라고 성명을 낸 회사들이 소재한 미국은 대부분 직능제이고 연봉제입니다. 또한 해고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민주동지회에서는 그런 부분도 동의를 하시는건가요? 아니면 좋은 부분(이해관계자간 성과 배분)만 지지하시는건가요?

세번째 호봉제가 업무태만을 불러온다는 내용에 대해 다소 극단적인 가정을 들었지만 전 그 극단적인 가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지요.(블라인드에 올라오는 몇가지 글을 보거나 설문을 돌려보면 확인이 되실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건 호봉제나 연봉제나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호봉제가 된다면 더 심각하게 진행될수 있고 이에 거부감이 있는 핵심인력들의 이탈은 당연히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네번째. 따라서 저는 호봉제는 현재 kt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누차 말씀 드렸듯 제도 자체가 선하고 나쁨은 없습니다. 상황이 변함에 따라 장단점도 바뀔때가 있고요.) 무엇보다 현재의 kt 급여 체계 자체도 연공의 성격을 크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호봉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설계를 통해 제대로된 연봉제 또는 직능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방식의 운영에서 제가 많이 받을거라 자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역량과 성과를 인정 받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성과연봉제의 문제로 지적 받는 평가 방법은 방식을 변경하거나 객관적인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호봉제 자체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금이 자연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뿐더러 ‘장기 근속’을 할 경우에 유리하므로 ‘장기 근속’을 강제화 합니다. 장기 근속이 나쁘다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다를수 있으나 개인의 역량 또는 성과와 거의 무관하게 각각의 노동자에게 필요한 수준의 임금만 지급하며 노동자를 계속 노동자로 묶어두는 방식이라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잡소리, 노동자는 약자인가? 자본가는 악한가의 논쟁은 무의미 하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자본이 또 다른 자본을 벌어들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입니다. 그 자본의 차이의 경중이 있을 뿐이죠. 부동산도 자본이며 금융자본(예금, 주식, 펀드 등)도 자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봉제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조합’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서 호봉제를 유지하려는 것 또한 노동조합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지 노동자에게 유리해서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호봉제는 개인 또는 부서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노동자 전체의 임금을 가지고 협상을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권한? 권력?이 강해지고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의지를 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노동자는 본인의 역량 또는 성과와는 무관하게 적당한 수준의 급여만 받고 계속 일을 해야 할뿐이죠. (이게 노동자에게 좋은 일일지 불리한 일일지는 노동조합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노동조합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 내용이 산으로 가기 때문에 이정도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마지막 다섯번째 회사와 현.노동조합 간의 모종의 거래?로 임금을 억제하고 있다는 부분 입니다. 다소 민감한 부분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미 대다수의 직원(특히 고연차)이 그걸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구조가 본인의 이득에 손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거죠. 현재의 급여체계가 연봉제라는 타이틀을 건 사실상 호봉제일뿐더러 소위 말하는 ‘사고’만 안치면 꾸준히 급여는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평균(7.6백만원) 이상의 직원들은 이미 충분한 급여를 받고 있으니까요. (산술적으로 전 직원의 50% 이상은 7.6백만원 이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현 노조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직원을 타겟으로 적당한 수준의 협상을 하는거죠. 모든 정치가 그러하듯 표가 많이 가는 쪽의 요구 또는 가려운 곳을 긁어 줄뿐 모든 유권자에게 좋은 방안은 제시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이건 사실 음모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개인작인 의견입니다….)

또한 성과연봉제 때문에 일부 동일 연차에서 몇천만원씩 급여 차이가 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연봉제의 문제라기 보단 잦은 인사체계 변경으로 피해를 본 케이스가 대다수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직급체계 폐지 후 재부활 시 많은 문제가 있었죠. 동일 연차에서 급여가 차이가 나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승진, 직책 등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같은 20년차라도 누구는 팀장이고 누구는 차장이라면 그 정도 차이가 나겠죠. 직책급도 있으니까요. 호봉제를 택하고 있는 공기업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연봉제의 문제가 아니예요.

거기다가 현장에서는 젊은 직원들에게 일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너희가 우리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한다.” “젊으니까 너가 좀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니?” “우리도 젊을 땐 더 고생했다.” 등등의 말을 건내면서요. 아니라고 샹각하시나요? 당장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 몇개만 보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호봉제의 장점은 안정적으로 급여가 인상되고 장기근속을 유도(?)해서 고숙련자를 락인하는 효과가 큽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고숙련자가 필요한 영역이 어디일까요? 네트워크, IT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는 고숙련자가 필요하다라고 할 만한 분야가 있을까요? 그나마 네트와 IT도 내부에선 역량에 대해 공격을 받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호봉제가 노동자에게 유리하다고 할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회사에 필요할까요? 앞서 말씀 드렸듯 호봉제는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기업에게 유리하고 기업이 성장한 이후에는 노동조합에게 유리할 뿐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잡소리, 일부 분야에서는 호봉제가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제조 현장이라거나 서비스 분야, 공공 분야, 금융 분야 등입니다. 이들은 대부분이 유사한 업무를 수향하지만 성과측정이 어렵거나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kt는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왜 반(?)회사, 반 현노조 성향이 큰 블라인드에서 또는 실제 현장, 회사에서 민동회의 활동이 지지를 받기 어려울까요? 그건 실제 노동자가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이 아닌 본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 또는 상급단체의 세를 키우는 것, 상급단체의 가이드 라인을 전파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호봉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그런 류에 속하는 것이고요. 진정으로 우리회사에 필요한 것이 호봉제와 근속 승진인지(호봉제와 엮어서 요구하실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아니면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인사체계인지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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