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민주주의가 제헌의회를 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내희 칼럼] 광장 민주주의와 제헌의회

등록 :2016-12-04 18:21수정 :2016-12-04 19:04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세력이다.
신뢰할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여당과 경쟁적 공존 관계를 맺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들이라고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온존시켜 한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질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할 때다.
비선 실세와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중 시위가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우선 참여자 규모의 급속한 확장세가 눈에 띈다.
첫 집회에는 수만명 정도가 모이더니, 바로 수십만을 뛰어넘고 100만 단위로 커지다가,
엊그제 12월3일에는 전국에서 232만명이나 광장과 거리로 나왔다.
규모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수백만이 참여하는 집회에 한 명의 연행자도 없는 것을 보고 믿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역시 지금 광장에서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움을 틔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를 바꿔낼 ‘광장 민주주의’의 소중한 출현을 목격하고 있다.
광장은 길들이 모이는 곳으로, 다른 길을 통해 온 사람들,
출발점이 달라서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한 사람들의 집합 장소가 된다.
지금 서울의 광화문 광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엊그제 이 광장에만 17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들의 정치적 견해, 경제적 처지,
나아가 문화적 감수성에서 차이가 어찌 없을 리 있겠는가.
그러나 계속되는 집회에서 수백만 시민이 평화적인 시위를 전개하고,
함께 공통의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면 광장 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된다.
특히 주목할 것이 광장의 공통성이 나날이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광장에서 처음 나온 함성은 주로 박근혜 ‘하야’였다.
그러나 이 소리는 ‘퇴진’으로 바뀌더니, 다시 ‘탄핵’과 ‘즉각 퇴진’으로, 그
리고 급기야는 ‘구속’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광장의 목소리가 이처럼 강경해진 데에는 국정농단 공모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유체이탈’ 태도를 드러낸 것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만만치 않다.
엊그제 시민들은 드디어 새누리당 당사로 몰려가 당 ‘해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탄핵 전선의 분열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주말 야당이 다가오는 9일에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오직 광장의 압박 때문이다.
광장 민주주의의 출현으로 한국은 이제 이중권력 상태에 놓였다.
한편에 청와대나 국회 등의 제도권 권력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 광장에 모여든 수백만의 시민 권력이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미래는 이 두 권력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의 문제는 분명하다. 1987년 개헌으로 형성된 자유민주주의 체제,
1997년 아이엠에프를 계기로 형성된 신자유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것이 지금의 제도권 권력이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이 권력은 상층부 소수의 이익동맹일 뿐이라는 사실이 민낯으로 드러났다.
지금 전국의 광장에 수백만 시민이 모여드는 것은
그런 동맹을 허용해온 87년 체제와 97년 체제의 해체를 요구하기 위함 아니겠는가.
상층부 이익동맹으로 작용해온 제도권 권력을 아래로부터 통제하기 위해서는
광장 민주주의가 더 크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광장은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
광장은 그 진화 속도가 보여주는 만큼이나 가변적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따라서 광장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일정한 공통성을 만들어
그것을 국민적, 시민적 요구로 전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2016년 한국의 광장은 위대한 민주 권력을 구축해낼 힘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광장 민주주의에 거는 기대도 크다.
단, 자신의 힘을 더욱 키워나가려면, 광장 민주주의는 더욱 안정적인 형태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광장 민주주의가 제헌의회를 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세력이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을, 새누리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뢰할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여당과 경쟁적 공존 관계를 맺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들이라고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온존시켜 한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질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할 때다.
광장이 제헌의회 역할을 해낼 때, 그런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73219.html#csidxc958ba595bb3686bd5bb577b897ec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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