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지배구조의 본질에 대한 불편한 진실

KT지배구조의 본질에 대한 불편한 진실

KT(구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민영화 방식이 초기에는 재벌에게 알짜배기 자회사를 특혜 매각(93년_데이콤, 94년_한국이동통신) 하였으나, 나머지 본체의 최종 매각은 2001년 월가의 초국적자본에게 초과이윤을 보장(배당성향 50% 이상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 KT에 대한 외국인지분은 전기통신사업법(제8조)에 49%로 제한되어 있기에 얼핏보면 국내지분 51%가 통신주권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상법(제369조)에 ‘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자사주를 제외하면 외국인 지분 49%는 전체 의결주식 중 50%를 훌쩍 넘게 된다. 민영화된 KT의 자사주 보유가 최대 26.1% 까지 달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 지분 49%는 의결권에 있어 66.3%를 차지해 2/3에 근접하였다. KT에 대한 외국인 지분 총 49% 중 월가 초국적자본의 지분 소유는 약 30% 안팍을 유지하고 있다. 민영화 초기에 템플턴, 브랜디스, 트레이드윈즈, 캐피탈리서치 등 미국 월가의 초국적 사모펀드 4개가 각각 7%~8%씩 총 30% 정도 KT지분을 보유하고 그들의 대리인을 대형로펌 변호사로 임명하여 서울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로 민영기업 KT는 2002년8월 출범하였다.

기업 지배구조의 최상위 의결기구가 법적으로는 주주총회 이지만 실질적이고 상시적인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루어진다. 투자부터 배당까지 주요한 의사결정을 이사회가 결정하며 주총은 이사회 결정사항을 추인하는 요식절차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월가의 소유지분에 조응하여 KT가 민영기업으로 출범한 2002년부터 미국 국적의 스튜어트 솔로몬(당시 메트라이프생명 한국법인 사장)이 3년간 사외이사로 들어왔고, 그가 2005년부터는 3년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KT지배구조의 정점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월가에서 빨대를 꽂아 확실하게 안착시킨 것이다. KT의 초대 사장 이용경부터 남중수 사장까지 비록 그들이 모두 내부 출신이긴 하였으나 월가의 요구대로 매출액(당시 이미 포화상태였음) 대비 투자비와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통신망 유지보수가 부실하게 되어 통신대란의 불씨가 잉태한 시점도 이 시기부터이며, 이용경 사장 재임시 2003년 5,505명 강제퇴출도 모자라 토끼몰이식 퇴출기구인 상품판매전담팀(약칭 ‘상판팀’)을 급조하여 운영하다가 노동자들의 저항과 인권침해가 사회적 쟁점화 되면서 결국 실패하여 2004년 해체되었고, 2대 사장인 남중수 재임시에는 과거 상판팀에서 더욱 악랄하게 진화한 인간학대 프로그램인 일명 ‘CP퇴출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운영하며 수천명을 퇴출시키다가 피해자 증언과 관리자 양심선언 그리고 비밀지침 문건들이 연속 폭로되면서 결국 2013년 법원에서 그 불법성과 야만성이 확증되었다. 직원의 정년 보장이 아니라 정년을 죄악시하고 사문화시켰던 암흑기가 바로 KT내부 출신 경영진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시기였다. 이 지점에서 내부출신 경영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은 이미 오래전에 입증된 것이다.

이렇게 KT가 민영기업으로 출범한 초기부터 월가의 초과이윤 보장의 요구를 관철시킬 사외이사(솔로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게 되면서 매출액 대비 투자비와 인건비 비중을 민영화 이전보다 그 절반인 15% 아래로 감축시켰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중 절반 이상 고배당하고 반대급부로 경영진은 이러한 경영지표가 자신의 경영능력으로 달성된 것인 양 포장하여 엄청난 성과급 등 보수를 챙기는 구조도 고착화 되었다.

연임한 남중수가 2008년11월초 납품 관련 뇌물비리로 구속된 후 MB정권 낙하산 이석채가 대표이사로 내려왔고, 이사회 의장은 역시 미국 국적의 사외이사였던 이창엽(당시 한국코카콜라 사장)이 2009년3월부터 1년간 맡게 되었으며, 이후 2010년3월부터 2014년3월까지 4년간 역시나 미국 국적인 김응한(미시간대 경영학과 교수)이 맡게 되었다. 이렇게 KT가 민영기업으로 출범한 2002년8월부터 2014년3월까지 약 10여년 이상 미국 국적의 이사가 사외이사 또는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월가의 초과이윤 요구를 철저하게 관철시키는 구조가 KT지배구조 최상위층에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타결되어 MB정부 때인 2012년부터 발효된 한미FTA협정의 통신부문 합의내용에 통신민영화 및 외국인 지분한도(49%)에 대한 역진불가 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를 명시함으로써 월가의 대한민국 통신산업에 대한 수탈체계는 이중삼중의 방호벽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월가의 빨대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은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협정이 발효된 이후에는 그 누구도 통신산업의 소유지배구조 변혁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으며,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KT의 소유구조변경은 엄두가 나지 않으니까 그대로 놔두고 지배구조만 모양세 있게 바꿔야 한다는 공허한 외침을 반복적으로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경제 현실에서 소유구조에 조응하지 않는 지배구조가 가능하기는 할까? 민영화 초기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던 월가의 4개의 사모펀드는 2007년~2008년경부터 KT에 대한 보유지분을 모두 5% 미만으로 낮추어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를 회피하며 시야에서 사라졌으나 외국인 지분 49%에 대한 한도소진율은 100%를 항상 유지해왔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KT주식(정확히는 주식예탁증서_ADR)의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7배~8배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KT경영진으로 하여금 국내 고객과 노동자들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월가를 바라보며 그들의 입맛에 맞게 쥐어짜기식 경영과 고배당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KT가 사실상 쿠팡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내용적으로 미국 기업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차기 KT 대표이사와 이사 선임을 앞두고 미국 월가의 사모펀드인 웰링턴과 티로우프라이스가 KT에 대한 보유지분을 늘려 각각 6.53%와 5%로 공시하였다. 웰링턴의 대리인은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이다. 쿠팡을 대리하는 김앤장이 KT 대주주 웰링턴의 대리인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월가에서 이번에 KT 대표이사 및 이사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에게 고배당을 통한 초과이윤을 지속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려고 사활적인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정치권력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인데 수구정당(국민의힘 등)과 보수정당(더불어민주당 등)이 모두 통신민영화의 공범이라는 사실과 통신민영화의 폐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없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KT를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서랍에 쌓여 있는 대선 선거운동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소진시킬 좋은 먹잇감으로 KT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 연장선에서 대표이사와 이사•감사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정상적인 지배구조로 바뀔 수 있겠는가. 수차례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누가 정권을 잡던 통신정책(비대칭규제)에서 차별성은 전혀 없었고,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해외 초국적자본의 배를 불리는 국부유출의 KT 지배구조 또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KT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과도한 외국인 지분 한도(49%)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법 제310조에는 외국인 지분을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엄격한 공익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여기서 엄격한 공익성 심사란 외국인 또는 외국 기업이 미국 통신기업 지분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절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주권의 안전장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법적으로 완비되어 있는 것이다. 한미FTA 공동위원회 개최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반드시 미국과 형평성에 맞게 외국인 지분 한도를 기존 49%에서 20%로 낮추고 그 차이에 해당되는 29%를 공공부문에서 지분을 매입해야 월가의 입김을 차단하고 통신공공성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지배구조를 바궈야 한다고 아무리 떠들어 보았자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현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떠들면 오히려 월가의 입김을 강화시키는 지배구조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월가 사모펀드인 웰링턴과 티로우프라이스의 갑작스런 5% 이상 공시는 이런 의사표시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현 이재명 정권에서 통신주권 회복이 가능하겠는가? 군사주권 회복을 위해 전시작전권을 임기내 회수(내용적으로는 여전히 미국 무기와 군사력에 의존하는 체계가 지속될 것임) 한다고 하는데, 과연 통신주권 회복을 위해서 이재명 정권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보면 입도 뻥끗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본질적으로 이재명 정권은 ‘자주’를 가장한 ‘친미’ 정권의 속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잘한 문제에 대해서는 ‘실용’으로 포장하여 SNS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재벌과 미국이 관련된 큰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더 ‘친재벌’과 ‘친미’인지 수구정당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차기 KT대표이사에 공모한 필자를 제외한 32명의 후보자들 중에 과연 통신주권회복과 통신공공성 강화를 위한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한 사람이 있을까. 모두 AI를 떠들고 있지만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언급한 사람이 있을까. 정치권력의 동아줄을 잡고 월가와 재벌의 요구대로 KT경영을 하겠다는 대부분의 통신민영화 신봉자들은 이제 더 이상 사기 치지 말고 KT 주변에서 사라져야 한다.

통신주권 회복과 통신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소유구조의 변혁 없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로 변경하려면 최소한 급진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민중권력을 쟁취하는 변혁적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말로 떠든다고 국부유출시키는 KT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KT지배구조 본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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