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진단합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사진 제공=KT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사진 제공=KT

KT 이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본래의 역할을 넘어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 사외이사의 무자격 논란을 비롯해 인사·계약 청탁 의혹, 셀프 연임을 통한 카르텔 구축, 외유성 출장 논란 등이 불거지며 이사회에 대한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럴 헤저드’ 빠진 이사회

29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2월9일 이승훈 사외이사와 관련된 인사 및 계약 청탁 의혹에 대한 안건 사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KT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이사회에 이 사외이사와 관련한 제보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준법관리 및 내부통제 관련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KT 내부 기구다.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이달 20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이 사외이사에 대한 조사를 안건으로 올리려다 KT 내부 부서 및 임직원의 준법 경영을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사외이사도 감시·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외이사들과 의견이 엇갈리며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사외이사는 KT 내 전략실과 재무실을 총괄하는 ‘경영기획 총괄’ 자리를 달라는 인사 청탁과 함께 독일 위성통신 업체 ‘리바다’에 대한 투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 새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의 본분은 경영 감시인데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면 중대한 문제”라며 “이로 인해 김영섭 대표를 포함한 관련 임원까지 내부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에서 조사 보고까지 마친 상태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인 이 사외이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출신으로 현재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임 당시 이 사외이사가 재무와 경영 역량을 갖춘 행동주의 투자자 출신으로 주주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이번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평가및보상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대표이사의 경영목표와 평가기준을 심의하고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의 보수를 결정한다. 대표이사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장치를 가진 셈이다. 감사위원회에도 소속돼 회계 및 업무 감사를 통해 경영활동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향후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외이사는 2023년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다. 지난해 3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용헌 변호사 등과 함께 2028년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들이 스스로를 다시 선임하는 상호 추천과 자체 평가 방식을 적용하면서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을 불렀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연임 결정이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는 해석도 나았다.

이에 대해 KT 임직원 1만명 이상이 가입한 제 1 노동조합(노조)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이사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김영섭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과 달리 이사회는 경영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외이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자격 상실 사외이사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는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있다. 조 전 사외이사는 KT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를 맡아 상법상 자격을 상실했지만 KT는 2026년 주주총회 안건을 검토하던 지난해 말에야 이 사실을 발견했다.

상법 제542조의8 제2항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가 회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특정 관계에 있을 경우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 주주나 최대주주, 계열사 임직원 등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은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조 전 이사는 지난해 3월26일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KT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지만 같은 해 4월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조 전 이사는 이 시점부터 자격을 잃었다.

 

조승아 전 KT 사외이사./사진 제공=KT
조승아 전 KT 사외이사./사진 제공=KT

 

KT는 차기 대표 선임의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사외이사는 박윤영·주형철·홍원표 후보가 경쟁한 최종 심층 면접과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최종 후보 선출은 7명의 사외이사만 참여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 전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조태욱 KT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KT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조 전 이사 및 이사회 관련 책임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형법상 업무방해, 사기,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가처분은 본안 심판 전까지 법원이 임시로 효력을 내도록 하는 절차다. 조 위원장은 자신이 KT 주주이자 차기 대표이사 공개모집 절차에 지원한 후보자라는 점을 들며 이사회 결의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은 2월3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고 이후 가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KT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KT 전·현직 임원과 직원들로 구성된 ‘K-Business연구포럼’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에 KT CEO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8.07%)과 함께 KT 지분 약 7.54%(이상 2025년 6월말 기준)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2022년 11월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과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임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