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1인이 해임된 뒤 이사회 현황을 짚어봅니다

조승아 KT 사외이사가 17일 결격사유로 인해 해임된 뒤 KT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이미지 제작= 구글 제미나이
조승아 KT 사외이사가 17일 결격사유로 인해 해임된 뒤 KT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이미지 제작= 구글 제미나이

 

조승아 KT 사외이사가 해임되면서 KT 이사회의 다양성이 미흡해졌다. 조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 10인 중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최대주주인 현대차와의 이해관계 문제 때문에 의도와 무관하게 이달 17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KT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새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까지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유지할 예정이다.

조 이사가 사외이사 자격을 잃으면서 16일 진행된 대표이사 최종후보 심사의 정당성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 KT는 이날부터 조 이사의 결격사유를 인지하고 그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원래대로면 사외이사 8인이 최종후보 면접을 심사해야 하는데, 7인만 의견을 낸 것이다. 온전하지 못한 이사회가 KT의 명운을 좌우할 최종 대표 후보를 선정했다는 우려다.

 

재계 순위 13위 기업 ESG 모범 의문

조 이사 해임 뒤 남성만으로 구성된 KT 이사회는 그 구성이 자본시장법에 저촉된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20은 자본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하는 것을 금지했다. KT의 올해 9월 기준 자본총액은 19조2599억원으로 2조원을 훌쩍 넘었다. KT는 재계 순위 13위 기업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을 보이라는 사회적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다.

그런데 현재 조 이사가 빠진 KT 이사회는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인 △김영섭 △서창석, 사외이사인 △김용헌 △김성철 △최양희 △곽우영 △윤동수 △안영균 △이승훈 등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KT가 문제를 인식하고 지배구조의 다양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벌칙 조항이 없어서 제재할 수는 없다”며 “보통 이런 경우 임시 주총을 열어 사외이사를 다시 선임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이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규범이라는 뜻이 담겼다. 또 다른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격사유가 해당 이사의 책임이라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가 구성된 경우가 즉시 위법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기간 내에 여성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조 이사 해임에 관해 “(결격사유 발생 뒤)개최된 이사회·위원회 의결 사항을 점검한 결과 이사회 및 위원회의 결의는 그 결의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T 이사회 규정에 따른 결의 조건은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이다. 조 이사 한 명이 이사회에서 이탈해도 의결정족수를 충족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의결 과정이 정당하고 투명했냐는 의문을 피하기 힘들다. 자본시장법이 특정 성별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금지한 이유는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위험요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같은 성별, 관료·교수 출신 등 비슷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인물만 모이면 폐쇄적 시각이 반영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이 다양성이 부족한 이사회 구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KT와 달리 경쟁사들은 이사회 여성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SK텔레콤(SKT) 이사회 8인 중 여성은 2인이다. SKT는 오혜연 KAIST 인공지능(AI) 연구원 원장, 노미경 전 HSBC 홍콩 아태지역 RISK 총괄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다양성은 물론 정보기술(IT), 금융 전문성을 채웠다. 이동통신 3사 중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는 이사회 7인 중 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특히 여명희 사내이사는 여성 최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국민연금·신한은행도 성별 다양성 촉구

KT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선정한 이사회의 다양성 결핍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의 주요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 KT의 최대주주는 지분 8.07%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신한은행은 각각 지분 7.54%, 5.75%를 보유했다. 이들은 KT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꾸준히 행사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기준에서 다양성 결핍을 반대 의사 표명 이유로 못 박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보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해 법률을 위반한 경우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 대상이 이사회 전체가 아닌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에 한정됐지만 국민연금이 다양성을 주요하게 인식한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국민연금기금처럼 의결권 행사 기준을 공개하진 않지만 신한금융그룹 전체가 ESG 경영을 강조했다. 일례로 계열사인 신한자산운용은 이사회 선임에 관한 의결권 행사 규정에서 “다양성을 제한하는 안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한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신한은행이 속한 신한금융그룹 전체의 ESG 인식을 엿볼 수 있다.

KT는 조 이사 해임에 관해 “보다 철저한 법령 준수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주 및 이해관계자 신뢰를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