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의 토대는 소버린 통신이다!_통신주권회복∙통신공공성강화 특별법이 필요하다!
작성자: 인권센터 | 조회: 237회 | 작성: 2025년 11월 25일 오전 12:00“소버린 AI의 토대는 소버린 통신이다”
‘통신주권회복∙통신공공성강화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소버린 AI(국가 AI 주권)’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컴퓨팅·반도체·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작 그 모든 기술의 토대가 되는 통신 인프라, 즉 국가신경망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AI 주권은 통신 주권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소버린 AI를 이야기하면서 소버린 통신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전략의 심각한 모순이다.
통신은 공공재이다. 금융결제, 의료·교육, 유통·물류, 공공행정, 군사·안보, 재난 대응까지 모든 국가 기능은 통신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한국 사회는 통신을 시장 경쟁과 주주자본 논리 속에 방치해 왔다. 그 결과는 매우 무겁다. 200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통신3사의 고배당으로 해외 초국적 자본으로 유출된 국부는 13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의 통신요금이 사실상 해외 자본의 배당 수익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특히 통신주권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이 바로 한-미 FTA(KORUS FTA)다. 해당 협정은 통신사업에 대해 외국인 지분 한도 규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고, 통신망 민영화·해외자본참여에 대해 역진불가(불가역성) 조항과 함께, 정부개입 시 미국 투자자에 대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제기를 허용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발표된 한-미 무역 및 관세협상 결과 팩트시트가 발표됨으로써 사실상 기존 한-미 FTA 틀도 수정 가능성이 열렸으며, 이는 통신주권 회복 측면에서 정치적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12월 예정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한미 FTA 공동위원회 개최가 관세 타결 이후의 통상 질서를 재정렬하는 첫 공식 무대인 만큼 통신주권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핵심은 미국 연방통신법 제310조에 명시된 외국인 지분 20% 제한과 형평성에 맞추어 FTA협정문을 수정하고, 이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를 현행 외국인 지분 49%에서 20%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KT와 SKT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아래 놓여 있는 현실은 문제의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 해외 투자자들은 단기 실적과 고배당을 요구했고, 기업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비투자(CAPEX) 축소·보안투자 최소화·인력 구조조정을 반복해 왔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퇴출되었고, 외주·하청 구조가 강화되었다. 통신망 유지·보수의 품질은 낮아졌으며, 재난 상황에서의 통신대란도 결국 이러한 체질적 약화의 귀결이었다.
반면 민영화의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갔는가. 재벌지주사와 외국계 자본은 막대한 배당을 가져갔고, 피해는 국민과 노동자에게 전가되었다. 가계소득 대비 통신비는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의 부담이다. 통신민영화는 효율성을 약속했지만, 실상은 국부유출·투자축소·노동배제·요금고착으로 이어진 구조적 실패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한국만 겪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주요국의 기간통신 기업들은 스스로 해외 상장을 철회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 일본 NTT(2017년 NYSE 상장폐지)
- 영국 BT Group(2019년 NYSE 상장폐지)
- 프랑스 FT·현 Orange(2024년 NYSE 상장폐지)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규제 회피가 아니었다. 국가 기간통신망이 해외 규제와 단기 금융자본의 지배력을 벗어나야 한다는 전략적 인식이 분명했다. 다시 말해,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흐름이자 ‘보편적 상식’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만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해외 IR 효과는 미미하고, ADR 거래량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KT와 SKT가 굳이 NYSE 상장을 유지해야 할 실익은 거의 없다. 오히려 월가의 매출액 대비 투자비 및 인건비 축소를 통한 단기 실적 압박과 고배당 요구만 강화될 뿐이다. 이제는 KT·SKT의 NYSE 상장폐지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신망 투자, 보안 강화, 공공성 회복, 고용 안정 등 핵심 요소를 장기적 관점에서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상장폐지 검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업 경영의 조정이 아니라, 법·제도 차원의 대전환이다. 현행 법체계는 통신을 ‘시장경쟁 산업’으로만 규정해 왔고, 국가기간통신망의 공공성·안보·주권적 관리 원칙은 사실상 부재하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는 ‘통신주권·통신공공성 강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이 담아야 할 내용은 명확하다.
첫째, 기간통신사의 외국인 지분·주주환원 구조를 국가가 공공적 기준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일본이 특별법으로 ‘정부의 NTT지분 최소 1/3 이상 보유’ 및 ‘외국인 지분 1/3 이하’ 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참고 할 만하다.)
둘째, 설비투자·보안·재난통신 역량을 강화하는 공공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셋째, 인력 구조조정 중심의 경영을 제한하고, 통신망 유지·보수 인력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해저케이블·국제백본 등 국제통신 경로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AI 시대가 요구하는 초저지연·초고신뢰(URLLC) 통신인프라를 국가전략으로 명시해야 한다.
AI 국가전략은 데이터–컴퓨팅–통신이라는 세 축 위에 세워진다. 그런데 이 중 통신은 가장 기초적이며 동시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만약 통신망이 해외 자본과 시장 논리에 종속된다면, 소버린 AI는 허울뿐인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AI 주권은 통신 주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국가신경망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려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통신주권을 회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2025년 11월 25일 KT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