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는 왜 공동결정제도를 줄곧 외면하며 조합원을 배신할까
작성자: 인권센터 | 조회: 702회 | 작성: 2024년 10월 17일 6:34 오후[구조조정 졸속 합의 관련 KT노조에 대한 문제제기]
KT노조는 왜 공동결정제도를 줄곧 외면하며 조합원을 배신할까
KT노조가 또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동의하여 10월17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아웃소싱을 위한 ‘신설법인을 만드는 것은 회사의 자율적인 결정사항’ 이라는 노조집행부 입장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그리고 구조조정안이 10월15일 이사회에서 통과된 이후 개최한 10월16일 광화문 본사 앞 ‘조직개편 반대 총력투쟁 결의대회’ 집회 시 김인관 위원장이 무대위에서 투쟁사를 통해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전직 위원장 6명(김호선 이동걸 지재식 김구현 정윤모 김해관 최장복)을 초빙하여 자문을 받았다’고 실토하였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조합원의 임금이 삭감되고 근로조건과 복지를 후퇴시키는 아웃소싱을 위한 신설법인이 어째서 회사의 자율적인 결정사항이 될 수 있는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이 이들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노사공동결정제도라 하면 모두 독일을 떠올리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노사공동결정제도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해서는 반드시 노사가 공동결정 하도록 법과 단체협약에 명문화돼 있다. 노동조합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한 강행규정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령에 우선하여 적용하는 KT단체협약 제22조에도 동일하게 명시되어 있다.
제22조(취업규칙 작성 및 변경절차) 회사는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시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과반수 조합과 반드시 사전 협의한다. 단, 불이익 변경 시는 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자본가 계급이 만들어낸 용어이며, 그 본질은 인력퇴출을 통한 인건비 감소가 목표다. 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에 한해서만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를 운영하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이 생산수단 뿐 아니라 인사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만약 이러한 제도를 법제화하지 않을 경우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일방적인 임금/복지 삭감과 근로조건 후퇴를 강제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재생산 비용에 해당하는 임금/복지를 적정하게 제공하고 일정수준의 근로조건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반드시 노조 또는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법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사측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헌법(제33조)에 노동3권까지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KT의 경우 법제도 뿐 아니라 단체협약에도 동일한 규정을 마련하여 임금/복지 삭감과 근로조건 후퇴에 관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다. 따라서 이번 KT의 구조조정을 사측이 시행하려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아웃소싱을 위한 신설법인이 됐든 기존 계열사로 인력을 전적전출 시키던지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실현 가능해진다. KT노조 김인관 집행부가 이러한 노조의 투쟁무기를 포기하고 뭉개버렸기 때문에 신설법인을 회사가 자유롭게 만들도록 10원15일 광화문 본사앞 집회투쟁이 아니라 구조조정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이후 아웃소싱을 위한 신설법인 설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가운데 10월16일 광화문 본사앞 집회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구조조정을 박살내는 교섭과 투쟁은 애시당초 상정하지도 않았으며, 사측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에 졸속 합의하게 된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전쟁을 사측이 선포하였는데도 병사에 해당되는 대상부문 조합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투쟁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으니 투쟁의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는가.
둘째, 10월8일 사측에서 노조에 전달된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 문건 내용 중 첫줄 시행취지에서 ‘대규모 정년퇴직에 따른 인력감축에 대응하여 차질 없는 對고객서비스 필요’ 때문에 아웃소싱을 위한 신설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하는 것은 너무도 궤변적이다.
왜냐하면 어느 부서에 인력이 부족할 경우 통상 인력을 충원해서 해결한다. 정상적인 모든 노동조합에서 특정 부서에 인력이 부족하여 문제가 생길 경우 인력충원을 요구로 내걸고 교섭하고 투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KT의 경우 노조가 인력충원을 전면에 내걸고 사측과 교섭하거나 투쟁을 벌인 사례가 전무하다. 인력이 부족하면 충원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왜 아웃소싱이 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노조가 정면으로 사측에게 문제제기하지도 못하였다는 것은 과연 KT노조가 누구를 위한 노조인지 말해준다. KT정문앞에 회사 문패와 노동조합 문패가 병립하여 대등하게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철저하게 사측에게 종속되어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신까지도 종속되어 있다는 게 더욱 문제다. 헌법 제33조에 ‘자주적’ 노동3권을 명시한 문구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러니 구조조정 대응 교섭과 투쟁이 제대로 되겠는가?
셋째, 이번 구조조정이 갑자기 대규모로 급선회하게 된 이유를 사측은 MS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AI투자 사업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5년간 2조4천억원 공동투자 한다고 대대적으로 언론보도와 광고까지 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공동투자 의미가 1조2천억원씩 MS와 동등하게 투자한다는 말인지 아니면 돈은 KT가 전액 대고 MS는 기술만 댄다는 의미인지도 불분명하다. AI투자 사업이 선로유지보수회사 등 신설법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탄탄한 통신의 기반 위에 AI도 성립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김영섭 대표이사가 MS사와 작년 12월부터 AI관련 미팅을 수차례 하면서 확신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참에 AI전문 신설법인(자회사)을 설립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 이 부분도 노조가 정면으로 문제제기하고 집요하게 따져 물었어야 한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구조조정이 사측의 의도대로 ‘노사합의’라는 첫 관문을 통과하였고, 노조 성향과 상태를 볼 때 앞으로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공동결정제도’ 라는 투쟁의 강력한 무기가 있음에도 노조집행부가 외면하고 포기하였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최종 칼끝은 머지않아 반드시 노조를 구조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번 구조조정 합의안에 대해 전체 조합원 동의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조합원의 임금/복지 및 근로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사합의 아닌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좋은 방안도 있다.
2024년10월17일 KT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