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4년 6호] 자회사 이사장이 된 KT노조위원장! / 2024 임단협을 돌아보며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7832회 | 작성: 2024년 8월 13일 8:50 오전● 자회사 이사장이 된 KT노조위원장!
KT노조 14대 위원장이었던 최장복이 KT의 자회사인 ‘KT 희망지음’ 이사장에 선임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KT희망지음은 KT가 사회공헌사업(장애인 고용 등)의 일환으로 운영중인 자회사이다.
노조위원장이 퇴직하자마자 자회사 이사장 자리를 꿰차고 앉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KT에서는 한 번이 아니라 매번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임 13대 위원장이었던 김해관 위원장도 위원장 임기를 마치자마자, KT희망지음 이사장으로 ‘영전’한 바 있고, 그 길을 최장복도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그보다 앞서 10대 김구현 위원장은 임기를 마친 직후, KT수련관을 관리하는 (주)코웰스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11,12대 정윤모의 경우는 KT노조위원장 임기후 IT연맹 위원장직을 맡았다)
회사에서 전직 노조 위원장들을 자회사의 회장으로, 이사장으로 ‘영전’시키며 관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회사측 입장에서는 이 또한 ‘안정적인 노무관리’를 위한 투자가 아니겠는가? 임기 후 회사측으로부터 자회사 임원 자리를 챙겨 받길 기대하는 노조위원장이 과연 조합원 권익을 위한 투쟁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말이다.
이런 추잡한 관행을 근절하고, KT노조를 조합원 권익을 위한 조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2024 단체교섭, 반성과 전망
지난 7월 25일, 2024 임단협 가합의안이 96.1%의 찬성률로 통과되었다. 이번 합의안은 3.5% 정률 임금인상, 일시금 300만원, 임금피크제 10% 개선, 초과근무수당 및 긴급출동비 개선, 육아관련 복지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년에 비해 소폭 오른 찬성률과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 블라인드 반응 등을 종합해보면 이번 단체 교섭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은 예년과 비해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협약임금 인상률 3.5%인상은 KT노조의 자화자찬대로 지난 20여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이다. 물론 물가상승률의 추세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임금피크제와 초과근무수당, 긴급출동비 등의 일부 개선도 조합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듯하다.
물론 이런 개선들조차 ‘개악’되었던 것을 원상복구하거나 일부 개선한 것에 불과하지만, 애초에 큰 기대가 없었던 조합원들로서는 ‘그나마 예전 합의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2021년에 있었던 초과근무수당 개악, 고과평가인상률 인하 등 최악의 임금삭감 합의안을 기억하는 조합원들로서는 ‘이정도만 해도 어디냐?’하는 심정이 생겼을 것이리라.
● 민주동지회의 반성
그런 면에서 가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민주동지회가 이를 요구안에 못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초라한 졸속합의’라고 평가했던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으며, 조합원 정서와 적절히 조응하지 못했다. 이는 민주동지회가 기존의 관성적인 실천을 반복하면서 회사와 노동조합의 변화된 전술과 패턴을 잘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성적으로 돌아보자면 이번 합의안의 일부 성과는 인정하면서, 다만 요구안과 비교해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는 점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조합원들 정서에 좀 더 부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는 더 나아가야 한다는 조합원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소신껏 반대투표에 나서자는 정도의 주장을 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찬반투표를 앞두고 민주동지회가 주장했듯이 일인당 5천만원의 임금인상 효과를 거두었다고 하는 현대자동차의 합의안도 41%의 반대표가 나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민주동지회는 이번 가합의안에 대한 대응에서의 오류를 반성하고 이후 활동에서는 관성적인 태도를 벗어 던지고 좀 더 실사구시하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다.
● 단체교섭의 과정도 돌아봐야 한다!
그럼에도 KT노조의 2024 단체교섭 과정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합의내용에 있어 일부 개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돌아보자면 오히려 예전보다 퇴보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정상적인 노조라면 단체교섭 요구안을 마련하는 절차, 그리고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 전반에 있어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KT노조는 이 모든 과정에서 단지 형식적인 ‘설문조사’ 한 번만으로 조합원과의 소통을 끝냈을 뿐이었고 조합원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했다.
특히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조합원의 힘을 동원하는 일은 지난 20여년간 그래왔듯이 철저히 피했다. 그나마 ‘쇼’일지라도 매번 진행한 조합간부들을 동원한 선전활동과 단체교섭에서의 실랑이도 이번에는 완전히 생략해 버렸다. 이는 이제부터는 ‘쇼’조차 할 필요 없이 무조건 회사가 제시하는 선 안에서 협상안을 결정짓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최근 통신업의 업황이 좋고 회사도 지불능력이 있어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지만, 조금이라도 조건이 달라지면 굉장히 가혹한 교섭안이 나올 수도 있음을 조합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 구조조정? 조직개편? 하반기가 중요하다!
한편 올해 단체교섭이 연초부터 회자되던 ‘여름휴가 전 조속 타결’이라는 소문 그대로 타결된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회사로서는 타결을 최대한 늦출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KT의 임금 타결 시기는 보통 10~11월이었고 아무리 빨라야 9월 정도였다.
따라서 회사가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조기 타결에 나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회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 김영섭 사장의 KT내에서의 입지 등을 고려할 때, 그 이유가 대규모 구조조정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하반기에 일부 구조조정을 포함한 조직 개편 등이 진행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한편 KT노조는 8월 20일 ‘산하조직대표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조직개편 등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으므로 조합원들은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민주동지회 또한 하반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조합원과 함께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