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쪼개기 후원’ KT구현모 벌금형…”죄질 안좋고 죄책 무겁다”

‘쪼개기 후원’ KT구현모 벌금형…”죄질 안좋고 죄책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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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전 KT 대표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구현모 전 KT 대표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네는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전 KT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KT 관계자들은 벌금 300~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구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CR(대관) 부문 임원들이 기본 계획을 수립·조성한 정치자금을 전달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해 온 구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단순한 전달자 역할을 했더라도 회삿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다는 사정을 알고서 송금 역할을 한 이상 공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과 비교해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하고 자금동원력이 강한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법인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과대하게 대표돼 민주주의의 원리를 침해·훼손할 수 있다”며 “KT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기업인데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일반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만큼, 죄질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죄책 또한 아주 무겁다”고 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가 5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뉴스1

구현모 전 KT 대표가 5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뉴스1

구 전 대표 등 KT 관계자 10명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파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11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3790만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KT는 비자금을 100만∼300만원씩 나눠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후원했다. 구 전 대표 명의로는 2016년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 원의 후원금이 건너갔다.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한 해 동안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기부 한도는 500만원이다. 또 법인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법인과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되는데, KT는 직원 명의를 빌린 후원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려 한 것이다.

이번 재판과 별개로 진행 중인 구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 혐의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7단독(부장 김한철)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KT 본사와 KT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5월 1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KT가 품질 평가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시설관리(FM)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KT 본사와 KT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5월 1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KT가 품질 평가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시설관리(FM)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구 전 대표는 시설관리 업무를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KT가 시설관리업무를 KDFS·KSmate·KFnS·KSNC 등 4개 업체에 맡긴 후 2021년 말 품질평가 기준을 KDFS에 유리하게 바꿔 물량을 조정하는 식으로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조성됐는지와 이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당초 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전 대표 등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친노 인사인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에게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신현옥 KT 부사장에 이어 4일엔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을 소환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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