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파업…인구절벽 넘어 국가소멸로 치닫는다

결혼·출산파업…인구절벽 넘어 국가소멸로 치닫는다

박명림 교수

11 극단적 선택과 저출산(하)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결혼·출산파업…인구절벽 넘어 국가소멸로 치닫는다

한국은 최저·최악의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최악 출산율이 회복은커녕 오래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새 최악에게 계속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서울은 급속한 소멸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지방 인구의 장기적이고 강제적 유인과 유입을 통하여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쓰고도 최악의 저출산 행진
출산문제 인식과 대처에 관한 한 무엇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처방과 접근을 반복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끔찍한 세계 최악의 자살문제를 지나더라도 다음 지표 역시 우리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요구한다. 연옥문을 막 지나니 지옥문이 놓여 있는 셈이다. 아니다. 하나의 지옥문을 지나니 더 깊고 더 어두운 지옥문이 놓여 있는 셈이다. 바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얘기다.

지금 한국은 연속하여 세계 최저·최악의 출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자살이 자기생명 중단이라면 출산 거부는 자기연장과 세대연장의 중단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1960년 6.10명에서 1970년 4.53명으로 지나치게 높은 고출산(高出産)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1980년 2.82명으로 하락하더니 근래에는 1.66명·1.57명·1.63명·1.47명으로 급속히 낮아졌다(각각 1985·1990·1995·2000년). 너무도 빠른 하강 속도다. 최근에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명 이하인 0.98명까지 떨어졌다. 그러고는 2019·2020·2021·2022년에는 0.92명·0.84명·0.81명·0.78명으로 더더욱 낮은 세계 최저·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한국의 출산율 흐름을 비교해 보자. 전자는 1960년 3.3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여 21세기 들어 1.83명·1.79명·1.80명·1.75명을 기록하고 있다(각각 2000·2005·2010·2015년). 2019·2020년에는 1.62명·1.59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긴 하나, 한국에 비하면 감소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출산율 자체가 한국의 2배를 넘는다.

요컨대 한국이 정녕 우려해야 할 점은 최저·최악 출산율 자체와 멈추지 않는 하락 추세다. 우선 출산율의 낙폭 자체가 너무 크다. OECD 전체는 1960년에서 2020년까지 두 세대 동안 1.71명(3.30명에서 1.59명으로)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무려 5.26명(6.10명에서 0.84명으로)이 감소하였다.

앞 시기 한국의 출산율이 비록 높았다고 하더라도 하강 비율이 단 두 세대 만에 3배를 넘는다. 나아가 한 번 세계 최하 수준의 초저출산율로 전락한 뒤로 다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18년 최초로 1명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한 이래 더 새로운 최악을 창출하고 있다. 낙폭의 크기와 속도, 계속되는 새 밑바닥의 깊이의 측면에서 모두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OECD 최저 출산율은 한국의 2배

OECD 주요 국가들 각각의 최저 출산율과 현재의 동일 기준 연도(2020년)의 그것을 비교하면 한국이 얼마나 나쁜 상황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각각 일본·미국·프랑스·독일·스웨덴·영국의 사례들이다. 최저 출산율 시기와 현재 기준연도를 비교하면 일본은 1.26명(2005년)과 1.34명, 미국은 1.64명(2020년)과 1.64명, 프랑스는 1.66명(1993년)과 1.83명, 독일은 1.24명(1994년)과 1.53명, 스웨덴은 1.50명(1999년)과 1.66명, 영국은 1.56명(2020년)과 1.56명이다.

이들을 보면 한국은 몇 가지 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째로 이 국가들의 최저 출산율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높다. 0명대를 기록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대다수 국가의 최저 출산율은 한국의 거의 2배에 달한다. 둘째로 비록 일시적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더라도 현재는 대부분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들 나라의 특정한 접근방법과 정책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기간이, 한국과 비교하여 지극히 짧다는 점이다. 한국은 최저·최악의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그 최악의 출산율이 회복은커녕 오래 계속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새 최악에게 계속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매년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국제적 화제가 아닐 정도로 악명이 높다. 출산 불능과 출산 거부의 원인에 대한 국내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와 자녀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육의 공공성이 높고, 청년과 여성고용률을 포함해 여성지위가, 즉 성평등과 복지가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상세히 살펴본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는 평등과 복지의 결여에 있다는 점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이때 평등의 핵심은 물론 성평등이다.

출산파업의 한 원인인 결혼파업을 보자. 즉 21세기 초반의 속도를 보면 미혼·비혼 여성 비율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30대 전체 여성 중 미혼자는 41.4%(149만명)으로 2005년 13.3%(54만명)보다 3배 가까이 높다. 30대 여성 5분의 2가 결혼을 안 하고/못하고 있는 것이다. 30대 여성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47만명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2005년 408만명에서 2015년 361만명으로) 미혼자/비혼자는 오히려 95만명이 급증한 것이다. 이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수치들이다.

결혼파업은 당연히 출산파업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결혼과 가정구성 및 유지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결혼 연령 역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평등(파탄)-복지(파탄)-결혼(파업)-출산(파업)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쇄고리가 아닐 수 없다(다음 회에 상세히 살펴본다). 나아가 이 문제는 주거지역, 학력, 도시-농촌의 구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행정구역별, 학력별, 지역별 미혼여성 비율을 보면 이 문제는 확연하다.

이를테면 학력이 높을수록 출산거부가 더 높다. 또한 도시 지역의 미혼율이 더욱 심각해 미혼여성 비율 상위 1~3위는 서울시 관악구·광진구·종로구였고 하위 1~3위는 전남 완도, 경북 의성, 전남 신안이었다. 소득 불평등이 출산문제에 극히 저해적이라는 최근 연구결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 남성의 경우 소득 상위 10%와 소득 하위 10%의 결혼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30대 후반은 91% 대 47%이며, 40대 초반은 96% 대 58%이다(한국노동연구원. 2022).

지역소멸·출산율 지도는 정반대

놀랍게도 지방소멸 지도와 출산율 지도는 완전 정반대다. 2021년 8월 기준 소멸위험지역 비율은 강원 88.9%, 충북 72.7%, 충남 73.3%, 전북 78.6%, 전남 77.3%, 경북 82.6%, 경남 72.2%다. 지방의 거의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시지역은 서울 3.8%, 부산 25.0%, 대구 12.5%, 인천 30.0%, 광주·대전·울산 0.0%다. 경기도는 14.4%다. 비수도권과 비도시지역에 비해 수도권과 도시지역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출산율 지도에 따른 소멸위험 지도는 모두가 최악이지만, 순서는 정반대다. 2022년 현재 전국이 출산율 0.78명으로 이미 나라 전체가 인구소멸 고위험 국가가 되었으며(출산안정 2.0 이상, 저출산 보통 1.6~2.0, 저출산 주의 1.3~1.6, 초저출산 인구소멸 위험 0.8~1.3, 초저출산 인구소멸 고위험 0.8명 이하 기준) 특히 서울의 출산율은 0.59명으로 최악 중의 최악이다. 부산 0.72, 대구 0.76, 인천 0.75, 광주 0.84, 대전 0.84, 울산 0.85, 경기 0.84명으로 도시와 수도권 지역은 다른 어떤 도 단위 지역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반대로 출산율이 높은 선두 지역들은 전부 비수도권, 비도시지역들이다. 1.81명의 전남 영광, 1.55명의 전북 임실, 1.49명과 1.46명의 경북 군위와 의성, 1.44명의 강원 양구를 포함하여 모두 그러하다. 그렇다면 기실 먼저 소멸하고 있는 것은 전부 도시와 수도권이며, 앞서 소멸하고 있는 그들을 살려내는 대가로 비수도권과 비도시지역을 이어서 죽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와 순서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사실이며 진실이다.

즉 출산율에 관한 한 중앙소멸은 지방소멸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빠르다. 서울은 무려 0.59명의 초초저출산율에 5개 구(관악, 강북, 종로, 광진, 강남)는 경악스럽게도 0.4명대의 역대급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의 중구와 서구도 0.4명대의 출산율이다. 특별히 놀라운 것은 0.4명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5개 구에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의 부자 도시인 강남구(0.49명)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즉 지역총생산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울산(2021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 전국 평균은 4012만원, 울산은 6913만원으로 전국 1위. 전국 평균보다 2900만원 초과)의 출산율이 0.85명이라는 점은 이제 단순한 물질적 성장과 번영이 출산의 장려와 유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시, 특히 서울은 이미 급속한 소멸과 멸종의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구의 장기적인 강제적 유인과 유입을 통하여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서울은 모든 지방을 황폐화시키면서 빨아들여 인공적으로 버티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은 인구소멸과 학령아동소멸과 학교소멸, 이른바 지방소멸을 겪고 있다. 서울의 조기 폐허와 조기 멸종을 막기 위한 막대한 인구 출혈과 희생을 지금 한국의 모든 지방이 함께 치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물질의 이토록 빠른 고속발전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네와 나라 전체에서 신생아는 기록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한국의 생존전망은 매우 어둡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 즉 한국은 지구상에서 누군가의 침략이 없더라도 스스로 국가로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록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오늘의 한국은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소멸·국민멸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민들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 놓은 결과, 이렇게나 발전한 선진국이 어떤 외침도 없이 영원히 소멸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기관과 연구들의 장래인구통계와 추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의 인구감소와 소멸 추세는 당분간 전혀 막을 길이 없다. 명백한 현실이다. 인구절벽을 넘는 인구소멸·국가소멸의 경고가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다. 현재의 기록적인 저출산을 지속할 경우, 소멸 예측 시기는 비록 달라도,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는 몇몇 전망들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출산정책은 결국 인간정책이어야

좀 더 과학적인 정밀한 기법을 사용한 전망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극히 비관적이다. 국회의 한 기관은 한국의 총인구가 초저출산현상(합계출산율 1.19명)이 지속될 경우 최종적으로 27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입법조사처. 2012). 그러나 이 기관의 기준 출산율은 오늘의 실제 수치보다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실제 소멸 연도는 훨씬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공공성·복지·평등·여성권한 수준에 비추어 현재의 출산율이 인구 유지가 가능한 대체출산율 수준(2.1명)으로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즉 상당기간 동안 한국은 현재의 초초저출산현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금세기 내에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고, 취학과 생산과 노인부양을 할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은 너무도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06년 2조원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총 3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급속히 하락해 이제는 1명대 이하의 출산율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저출산 예산을 26조, 37조, 40조, 47조원이나 쏟아부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출산율은 기록적으로 하락하여 최악의 0명대를 기록하였다. 예산 대비 최악의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가 출산문제 대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쟁이나 경제위기나 대감염병을 제외하고 하나의 단일한 장기적 인간현상에 대해 이토록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사례가 또 있는가? 이토록 막대한 돈을 쓰고도 과연 이런 최악의 결과를 계속 낳을 수도 있는 것인가?

출산문제의 인식과 대처에 관한 한 이 나라는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처방과 접근을 반복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강조컨대 이러한 출산 중단의 지속은 이 공동체의 존립근거를 파괴하는 동시에, 오늘과 같은 진단과 해법의 계속되는 실패는, 대규모의 외부 유입이 없을 경우에는 한국과 한국민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복적인 경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이 나라의 출산문제는 인간에 대한 인식과 정책 전체가 혁명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그것은 자녀, 여성, 청년, 농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 하나하나 전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포함한 가장 중요한 인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산정책은 육아정책을 넘어 여성정책이자 청년정책이고, 복지정책이자 교육정책이며, 임금정책이자 주택정책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합친 인간정책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포함한 한 사람의 연장(延長)문제는 곧 공동체의 연장문제이며, 따라서 내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교수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결혼·출산파업…인구절벽 넘어 국가소멸로 치닫는다

연세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 제주 4·3(석사)에 이어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박사)로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래 평화 문제를 중심으로 정치현상 연구에 천착해왔다. 정치학자로서, 역사학자로서 전쟁과 평화, 생명과 인간, 그리고 국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2> <다음 국가를 말하다> <역사와 지식과 사회> <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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