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단독] KT, 설립 11개월차 러시아 IDC 법인 간판 내린다

[단독] KT, 설립 11개월차 러시아 IDC 법인 간판 내린다

4월 12일 청산 절차 개시
전 대표 역점 사업·우크라 침공에 표류

KT가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법인을 설립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간판을 내린다.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러시아 정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해당 사업을 추진하던 구현모 전 대표가 물러나며 추진 동력을 잃은 것이다.

KT는 지난 12일 러시아 법인 통합 국가 등록부에 KT 프리모리예 IDC(KT Primorye IDC) 법인 청산을 신고했다. 청산 기간은 2024년 4월 3일까지이며, 청산인으로는 데가 알렉세이 올레고비치를 선임했다.

[사진출처=KT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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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해 5월 12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IDC 사업을 위해 KT 프리모리예 IDC를 만들었다. 법인을 설립한 지 11개월 만에 손을 놓는 것이다. KT는 홈페이지 글로벌 사업 소개란에도 러시아 법인은 KT RUS만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진출과 IDC 설립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다. KT는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를 공략해왔다. 구 전 대표는 2018년 경영기획부문장 시절 러시아 연해주 주 정부와 스마트시티 구축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대표로 취임한 이후인 2021년 9월에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연해주의 행정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 IDC를 공동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허가 확보와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 협조도 제공받기로 했다. 구 전 대표는 2021년 10월 KT 통신장애 때도 러시아 출장 중이었을 만큼 해당 지역 공략에 공을 들였다.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하던 시기에도 KT 주요 경영진들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든든한 현지 파트너를 확보했지만 연해주 IDC 설립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연해주 주 정부와 극동개발공사를 등에 업었으나,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지면서 쉽사리 새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사업 진척에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5월 12일이 돼서야 KT 프리모리예 IDC 법인을 설립하고 IDC 사업의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를 향한 글로벌 제재는 더욱 확대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속속 발을 빼는 상황에서 국제적 여론을 무시하고 사업을 확장하기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추진 동력까지 잃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 전 대표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물러나게 됐다. 새 대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임 대표의 핵심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결국 KT는 11개월 만에 법인 청산을 결정하며 사업을 접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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