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북한 이념 체제 우월성 선전해 계약해지 통보”…여권에서도 통일TV에 부정적
통일TV “KT 시대착오적 태도, 제재 납득할 수 있어야” 행정소송 검토

KT가 지난 18일 통일TV의 송출을 중단해 논란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 국가정보원이 간첩 수사 상황을 보수매체를 통해 흘리며 공안정국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경찰도 건설노조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분위기에서 북의 상황을 알리는 방송의 송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통일TV 측은 “북 관련 정보만 통제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비정상적 상황이 분명하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외부적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진천규 통일TV 대표의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통일TV는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 등록증을 받고 지난해 8월17일부터 IPTV 채널 올레tv(현 지니TV)에서 24시간 방송을 송출했다. 진 대표가 2017년 10월 개인 자격으로 방북 취재를 시작해 18차례 방북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측의 저작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저작권사무국과 10개월 동안 평양에서 협의해 2018년 8월 통일TV와 협력하겠다는 북측 공식문건을 발급받았다.

이후 진 대표는 2019년 1월과 7월 과기부에 북한 관련 콘텐츠를 24시간 전문편성하는 통일TV 등록을 2회 신청했지만 과기부는 방송법 제6조 ‘방송의 공익성을 심히 저해할 우려’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진 대표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록 요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추상적인 방송법 조항을 과도하게 적용해 발생하지도 않은 과도한 우려를 이유로 PP등록을 불허한 것이 위법·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외교부, 국정원, 통일부 등 여러 부처에서 통일TV 등록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특히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통일TV 준비위원회 상임고문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권영길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행정심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일TV는 지난 2020년 11월 세 번째로 과기부에 등록신청서를 접수했고 지난 2021년 5월 등록증을 받았다. 진 대표는 “지난해 10월7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방송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권 장관이 이러한 내용을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사실을 함께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KT가 “IPTV 채널 평가 과정에서 통일TV(채널번호 262)가 김정은 찬양, 북한 이념·체제의 우월성 선전 등에 관한 내용을 지속 방송해왔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당사와 채널 공급 계약서상 법적·국가적·사회적 공익을 중대하게 저해하는 행위로 방송사업자로서 공적 책임 수행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18일자로 통일TV와 계약해지·송출을 긴급히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니TV는 이후 262번 채널을 통해 “지니TV에서 제공 중인 통일TV는 방송 프로그램 내용상 문제 등으로 인해 고객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방송 프로그램 제공이 중단됐음을 안내한다”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이어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방송사업자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고객님께 더 좋은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고 KT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 지난 19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19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SBS 19일자 보도를 보면 조선중앙TV 영상을 소개하면서 방송 진행자가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지 10년, 가장 앞세운 화두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였다”라거나 “자력갱생의 의지에서 비롯된 ‘주체철’의 탄생,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도 눈여겨봐야 할 역사인 것 같다”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TV 승인 과정에 대해 “어떻게 정상 채널로 편성되어 반영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통일TV 채널 (사업자) 등록을 허락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되겠다고 보고 있다”고 한 발언도 함께 리포트에 담았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통일TV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 진천규 통일TV 대표(오른쪽). 통일TV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 진천규 통일TV 대표(오른쪽). 통일TV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이에 통일TV 측은 20일 “KT는 그 어떤 주의나 경고 단 한 번 없이 방송송출 폐쇄조치를 단행했다”며 “그야말로 30년 케이블 방송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통일TV는 “(프로그램) ‘북녘의 하루’는 북의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 방송한 내용을 정리 분석해 편견과 선입견 없이 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 여러분께 알리는 프로그램”이라며 “우리로 치면 KBS인데 최근 북 방송의 가장 큰 변화로는 다양한 생활정보 및 여러 형태의 공익광고, 뮤직비디오 형식의 음악방송도 등장하고 코믹 드라마도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북 사회의 기본 언론관으로 북은 혁명운동의 선전선동 도구로 언론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체제우월성 선전과 지도자의 연설 혹은 현지지도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져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를 전하는 것에 대한 특수성을 설명한 대목이다.

통일TV는 “제작팀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북의 방송 자체가 찬양과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바 아무리 공들여 편집을 해도 북의 생생한 방송이 전파를 타는 순간 언제든 민원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라며 “설립당시부터 늘 염두에 두었던 원칙은 북의 실상을 생생히 전달하되 이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긴다는 것”이라고 했다.

“함부로 비난의 칼날을 대지 않고 그렇다고 미화해서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통일TV는 “아직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조건도 감안해 통일TV 제작팀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는 보람으로 성실하게 방송해 왔고 북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려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KT 측에 “도대체 어느 부분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무엇이 공익을 해쳤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무조건 체제선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송출중단을 시켰는데 그렇다면 북 방송을 아예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통일TV는 지난해 7월22일 정부가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죤’ 등 북 언론에 대한 국내 공개 허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것을 거론하면서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의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있는 국민들에게 북 관련 정보만 통제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비정상적 상황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KT의 결정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태도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방송국에 대한 제재를 할 때는 그 절차가 투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출석요구, 소명의 기회조차 한번 없이 송출부터 중단한 것은 그 어떤 외부적 압력을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임직원 생존권 문제도 언급했다. 통일TV는 “방송은 각종 기자재 설비를 갖추는데 수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기획, 촬영, 편집 등 다수의 제작종사자를 필요로 한다”며 “임직원 일동은 KT의 일방적 방송 송출 중단조치는 통일TV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으로 규탄하며 하루빨리 다시 송출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통일TV는 “평와와 민주주의를 소망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변호사들과 연대해 방송송출 중단의 부당성을 알리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했다. 통일TV 측은 이번 중단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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