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 ‘쪼개기 후원’ 공판 증인 “임원진 협의 거쳐”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91회 | 작성: 2022년 12월 23일 12:57 오전KT ‘쪼개기 후원’ 공판 증인 “임원진 협의 거쳐”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2.12.21 19:21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전인성 전 KT CR부문장 사장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과정을 구 대표 등과 협의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KT 경영 전반에 대한 결정을 황창규 전 회장과 구 대표 등 ‘키맨’과 협의해야 했단 취지다. 구 대표는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구 대표는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기일은 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인성 전 KT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 전 사장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KT의 대관 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재판은 KT 법인과 전·현직 임원이 2014년 5월~2017년 10월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KT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비자금 규모는 11억5000만원으로 이중 4억3790만원이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제공됐다.
구 대표는 당시 황창규 전 KT 회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며 대관 담당 임원에게 자금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국회의원 13명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올 초 벌금 총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증인 신문의 핵심은 쪼개기 후원 실행 당시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던 구 대표의 상품권 깡 방식 지시 여부다.
전 전 사장은 2014년 2월경부터 당시 구현모 비서실장 부사장, 박정태 윤리경영실장 부사장, 한훈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 등과 정치자금 후원 경비 마련을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황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3명의 임원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품권 깡 방식을 알게 됐고, 협의를 거쳐 쪼개기 후원을 실행했단 것이다.
전 전 사장은 “KT에서 임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내가 맡은 일을 키맨들과 상의하면 당연히 진행될 것으로 봤다. 이에 키맨들과 상의해 회사 방침을 받아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비서실이나 윤리경영실에서 집행 근거를 지적하면 집행할 수가 없다. KT는 경직성이 아직도 남아있다. 예산 집행 전 방향을 결정할 때 CEO 및 주요 임원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회사에서 CR부문에서 독단으로 한 일이라고 언론에 발표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봤을 때 사전에 회사 내부 논의가 있었고 (주요 임원들이) 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 대표 변호인단은 상품권 깡 방식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단 입장을 밝혔다. 또 당시 CR부문 직원들이 상품권 깡 방식을 통한 자금 마련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 실행에 옮겼단 점도 강조했다. 즉 직원들이 자금 마련 방안을 찾아냈으며, 구 대표 등 주요 임원들의 지시는 없었단 주장이다.
이날 공판기일엔 전 사장의 후임 CR부문장인 맹수호 전 사장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악화, 진술 피로감 등을 이유로 지난 19일 법원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로 정하고, 맹 전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현재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다른 죄를 분리 선고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같은 범죄사실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 관련 재판도 받고 있다. 횡령 혐의 관련 다음 공판기일은 내년 3월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