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알파 자회사 설립은 부당전적”…사업재편, 근로자 동의권은?

“KT알파 자회사 설립은 부당전적”…사업재편, 근로자 동의권은?

등록 : 2022-09-26 16:46:00 수정 : 2022-09-26 16:50:57

[2022년 10월호 vol.377]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KT알파가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를 설립하자 노조 반발이 거세다. 자회사로 소속이 바뀌는데도 직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한 조치가 부당전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2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KT알파 자회사인 알파디엑스솔루션 직원 105명은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신청인은 장현섭 알파디엑스솔루션 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조 조합원들이다.

노조는 전적 처분이 부당한 인사명령임을 인정하고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알파, 자회사 설립…AIㆍDX 사업부 직원들 소속 변경

KT알파는 앞서 인공지능ㆍ디지털전환(AIㆍDX) 사업부문을 단순ㆍ물적 분할해 자회사 알파디엑스솔루션을 설립했다. ICT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단순ㆍ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는 형태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KT알파가 AIㆍDX 사업부문을 분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KT알파노조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회사에는 노사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KT알파는 분할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사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KT알파노조는 분할 대상 근로자들이 동의권이나 거부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KT알파는 근로자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8월 말을 끝으로 AIㆍDX 사업부 직원들의 근로계약이 종료됐다. 이들은 지난 1일 알파디엑스솔루션과 새로운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알파디엑스솔루션 직원들은 같은 달 6일 노조를 조직했다. 노조는 KT알파의 일방적인 조치가 부당전적에 해당한다면서 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 “일방적 자회사 변경은 부당전적…직원 동의 안 받아”

노조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된 것을 전적으로 볼 수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노조는 서울지노위에 제출한 구제신청 이유서에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됐기 때문에 분할로 인한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관계 변동을 두고 전적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노조 주장대로면 이후에는 전적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된다. 전적은 근로제공 상대방이 바뀌기 때문에 근로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사용자는 노무자 동의없이 제3자에게 권리를 양도하지 못한다는 민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전적의 요건으로 ‘근로자 동의’를 제시하고 있다.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받을 불이익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KT알파는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체결 당시 미리 전적할 계열기업을 특정하거나 그 기업에서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 근로조건을 명시해 사전 동의를 얻은 사실이 전무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올해 말 타 기업과 합병이 또다시 예정된 상황임을 볼 때 근로자들은 계속해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고 추후 합병 시 구조조정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분할 이후 대출 한도도 줄어…근로계약 승계 거부권은?

분할 이후 은행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피해도 발생했다고 한다. 매출 규모가 이전보다 감소한 새로운 법인 소속으로 지위가 변경되자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이다. 신설회사에서 의료보험을 납부한 내역이 잡히지 않으면서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회사 분할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 분할 사건에서 근로관계가 신설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봤다. 다만 근로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거부권을 행사한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승계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 판결이 유지됐다.

노조는 “KT알파로부터 사회통념상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부여받지 못했다”며 “거부권 행사 기간 부여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를 추죽으로 승계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KT알파 노사 간 단체협약에 “회사가 분할 등 조합원 신분에 변동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60일 전에 통보해 사전에 조합과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이 경우 회사는 충분한 보상과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 대목도 근거로 들었다.

‘사업이전법ㆍ사전 소통’으로 사업재편 분쟁 예방해야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KT알파와 같은 분쟁을 방지하려면 입법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를 대리하는 김경락 대상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기업변동은 노동법상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 변동 등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입법이 미비한 상황이고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발의된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 분할 과정에서 노조나 근로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노사협의체를 통한 협상ㆍ노동위원회 임의 중재 신청 ▲고용노동부 단체협약 위반 진정 제기 ▲노동위원회 부당전적 구제 신청 제기 등이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노사 간의 충분한 사전 소통이 꼽힌다.

차연수 대상 노무사는 KT알파 분할 전 <노동법률>을 통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근로자대표나 노조 위원장을 관련 회의에 참석시키고 그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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