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가 법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구 대표 등 케이티 임직원 10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에서 구 대표 쪽 변호인은 “회사로부터 피고인 명의로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받고 (국회의원들에게) 금원을 송부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 다만 피고인 본인 명의로 송금하라고 부탁받았지 가족·지인 명의 송금은 부탁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구 대표 등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약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00~300만원씩 나눠 국회의원 후원회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한 사람이 1년동안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를 500만원으로 하고,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2016년 9월 자신의 명의로 회사돈 1400만원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쪼개기 기부했다고 보고 있다.다만 구 대표의 변호인은 법인·단체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31조에 대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의문이 있다. 위헌 여부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위헌제청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구 대표 등이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는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6일 열린 업무상 횡령 혐의 재판에서 구 대표는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없었다”며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불법 영득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검찰은 구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천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 총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구 대표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