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공시줍줍]KT 현물출자 공시 어떻게 읽어야 하나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72회 | 작성: 2022년 2월 24일 10:06 오전[공시줍줍]KT 현물출자 공시 어떻게 읽어야 하나
- 2022.02.23(수) 09:00
KT가 지난 15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이란 공시를 발표했어요. 공시와 함께 ‘클라우드·IDC 전문기업 KT클라우드 설립’이란 보도자료도 내놓았고요.
KT의 발표는 현물출자란 방식으로 자회사(KT클라우드)를 새로 만든다는 내용인데요. 주주 입장에서 보면, 현물출자로 자회사를 만드는 것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물적분할과 결과는 똑같으면서 진행 과정만 다른 방식이에요.
따라서 앞으로 KT뿐만 아니라 많은 상장회사가 물적분할 논란을 피하기 위한 우회경로로 현물출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공시줍줍의 판단.
이때 투자자들이 무엇을 보면 좋을지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일주일 전 발표한 공시를 뒤늦게 다시 살펴보는 이유라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시작할게요. (스크롤압박 주의도 미리 양해)
일단 공시내용을 함께 보시죠.
[발행회사]항목은 KT가 신설하는 자회사 ‘케이티(KT)클라우드’의 개요를 설명하는 것이고, [취득후 내역]은 KT클라우드 발행주식 전부(1771만2048주)를 KT가 가진다는 내용이죠.
주식회사는 여러 주주를 상대로 주식을 발행해 확보한 자금으로 만들어지는 법인 형태이고, 주식회사의 주주가 될 사람은 보통 주식 대금을 현금으로 내죠.
하지만 현금 이외에 재산(현물)을 내고 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어요. 이를 현물출자라고 해요. 현물의 대상에는 토지, 건물, 유가증권 같은 유형자산은 물론 특허권, 영업권 같은 무형자산도 가능해요.
TMI: 현물출자 방식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걸 상법 용어로 변태설립(變態設立)이라고 해요. 현금이 아닌 재산으로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 때문에 ‘변형된 형태’의 설립이라는 의미.
아무튼 공시를 다시 보면, KT는 KT클라우드 주식 1771만2048주를 총액 1조7712억원(1주당 10만원)에 취득하는데요. [취득방법]을 보면 주식대금을 현물(1조6212억원)과 현금(1500억원)으로 지급한다고 나오죠. 주식대금의 90% 이상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내는 것.
[기타 투자판단 관련사항]을 보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데요. KT가 현물로 출자하는 내용은 Cloud(클라우드)와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관련 자산(부동산, 시설, 설비, 채권 등)이라는 점. 공시에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KT가 수도권 5곳(분당, 강남, 목동1, 목동2, 용산)에 보유 중인 IDC 관련 부동산과 시설이 해당 자산이고요.
이 자산의 장부가는 8037억원이지만 새롭게 감정평가 받은 금액이 바로 현물출자 금액(1조6212억원)이라는 내용도 공시에 담겨있어요.
종합하면 KT는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KT클라우드)를 만드는데, 그 방식이 수도권 5곳의 IDC 건물과 설비를 자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주식 전부를 확보하는 형태라는 것이죠.
현물출자는 어떻게 진행하나
얼핏 봐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물적분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시죠. 왜 KT가 물적분할을 선택하지 않고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만드는지는 조금 있다 살펴보기로 하고, 현물출자를 좀 더 알아볼게요.
현물출자는 물적분할과 다르게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이사회가 결정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나중에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공시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KT클라우드 주식) 취득예정일자는 법인설립일로 2022년 4월 1일 예정이나 진행 상황 등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는 문구가 나와요.
왜 법원의 대리인이 기업의 현물출자 행위를 조사하겠다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회사 주식 1만원어치를 현금 1만원 지불하고 사는 건 대등한 교환으로 문제가 없죠. (주식 가치 1만원이 적정하냐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반면 현물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1만원이 될 수도, 2만원이 될 수도 있어서 혹여나 경영진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현물의 가치를 마음대로 뻥튀기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하면 회사나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상법에선 현물출자를 허용하되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 감정인 등의 조사를 받도록 해요. 현물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절차이죠. KT도 향후 이러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현물출자 방식의 자회사 설립을 완료하게 돼요.
다만 KT가 이번에 내놓은 ‘현물’은 부동산과 시설설비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유형자산)이어서 가치평가가 비교적 쉽고, KT가 신설회사 주식 100%를 소유하는 형태로 다른 주주와의 형평성 문제 소지가 없어서 법원의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여요.
간혹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만들 때 법원이 ‘퇴짜’ 놓는 사례도 있는데요. 영업권, 특허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무형자산)을 현물로 내놓거나,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가지는 것이 아닌 일부만 가지는 사례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여요.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보다 뻥튀기 가능성이 더욱 크고, 자회사 주식을 다른 주주들도 가지는 상황이라면 주주 간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더욱 정확한 현물자산 평가가 이뤄야하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는 2017년 롯데쇼핑이 영화관 사업을 분리해 롯데시네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극장사업 영업권(무형자산)을 3500억원의 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롯데시네마에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던 일인데요.
이때 법원은 롯데쇼핑이 평가한 극장사업 영업권의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 불합격 판정을 내렸어요. 이후 롯데쇼핑은 영업권 가치를 한 번 더 조정해서 3200억원으로 낮췄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롯데쇼핑은 나중에 현물출자가 아닌 물적분할로 롯데시네마(현재 사명 롯데컬처웍스)를 분리했어요.
TMI: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현물로 출자해서 롯데리츠란 회사도 만들었어요. 이때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요. 롯데시네마 사례와 가장 큰 차이점은 현물출자 자산이 무형자산(극장사업 영업권)이냐, 유형자산(백화점)이냐.
KT는 왜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내나
기본적인 공시내용과 현물출자 개념을 알아봤으니, 이제 몇 가지 질문을 순차적으로 해보면서 내용을 좀 더 풀어볼게요.
①KT는 왜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 내려 하나 ②KT는 왜 물적분할 아닌 현물출자를 선택했나 ③현물출자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 없나 ④그래서 KT의 방법은 선(善)인가
먼저 KT는 왜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자회사 KT클라우드를 만들려 하는 것인지 살펴볼게요.
우리는 KT를 통신회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최근 KT는 자신들을 소개할 때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해요. 단순히 유무선 통신망을 다루는 업체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각종 디지털 관련 시스템과 정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회사로 인정받겠다는 의미겠죠.
그래서인지 KT는 최근 자신들의 사업 분야별 매출을 구분하는 방식도 바꿨는데요. 먼저 전통적으로 KT의 사업 분야별 매출을 구분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은 형태.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사업(B2C)인 무선, 인터넷, 유선, IPTV 사업의 매출 합계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이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통신회사 KT와 크게 다르지 않죠. 다만 이 사업의 성장률은 높지 않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고요. 기업고객을 상대하는 사업(B2B)은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AI(인공지능)·DX(디지털전환)란 분야의 성장률이 15%로 눈에 띄는 점도 발견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보여드릴 표는 KT가 최근 사업 분야별 매출을 좀 더 세세하게 구분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요.
통신(Telco)과 디지털(DIGICO, Digital Platform Company) 분야로 1차 구분하고, 2차로 개인고객사업(B2C)과 기업고객사업(B2B)으로 나눈 것이죠.
이렇게 구분해도 여전히 KT 매출의 대부분은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통신분야(Telco B2C)란 점은 변함없지만, 기업고객을 상대하는 디지털분야(DIGICO B2B)에 들어있는 클라우드·IDC 항목의 성장률(16.6%)이 더욱 도드라지는 점을 발견할 수 있죠.
바로 KT가 이번에 현물출자로 떼어내는 사업 분야죠. KT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별도재무제표 기준, 연결기준은 1.8%)로 미미하지만, 수치로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는 이른바 ‘유망주’ 사업이라 볼 수 있는 게 바로 클라우드·IDC 분야.
참고로 ‘서버호텔’ 또는 ‘데이터허브’로 불리는 IDC 사업은 각종 포털, 게임사 등의 서버를 모아서 관리해주는 분야이고, 이러한 IDC는 웹이라는 거대한 구름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과도 맥락을 같이하죠.
KT는 일찌감치 내부적으로는 클라우드·IDC 사업 분야의 성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매출 구분 방식을 굳이 바꿔서 발표함으로써 외부투자자들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이번 현물출자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KT는 공시와 각종자료를 통해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투자를 받거나 사업제휴를 통해 더 키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어요. 또한 이러한 과정이 궁극적으로 KT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KT는 왜 물적분할 아닌 현물출자를 택했나
이제 두 번째 질문.
그럼 KT는 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낸 것처럼, SK이노베이션이 SK배터리(회사명: SK온)를 떼어낸 것처럼 물적분할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최근 주식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사업 분야를 물적분할한 후 재상장하는 사례에 극도의 반감이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은 상식적인 추론이죠.
물론 KT가 공시 또는 각종 자료에 이러한 내용을 공식 언급하진 않았지만, 물적분할의 ‘물’자만 나와도 주식시장과 언론, 더 나아가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전문경영진이 포진한 KT 이사회로서는 부담이었겠죠.
물적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처럼 최소한의 주주권 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해당 사업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신설회사에 넘김으로써 고용과 각종 계약 등을 포괄적으로 이전해야 하는 특징도 있죠.
반면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만들면 주총과 같은 최소한의 주주권 보장 장치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현물출자로 이전하는 개별 자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하면 가능해요.
물론 현물출자라고 해도 현물자산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했는지를 따지는 법원의 검사를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지만, KT는 가치평가에 큰 이견이 나오기 어려운 유형자산을 넘기는 방법이고 본인들이 신설회사 주식 100%를 가지는 방식이기도 해서 다른 주주와의 형평성을 따져야 하는 변수도 없다는 점도 앞서 알아봤어요.
다시 말해서 KT 경영진으로서는 물적분할 논란에 굳이 휩쓸리지 않고,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면 통과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방법(=현물출자 방식의 자회사 설립)으로 클라우드·IDC 분야를 떼어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면 현물출자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 없나
KT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자 많은 언론과 증권가에서는 기존에 논란의 중심에 있던 물적분할과는 다르다며, 환영 일색의 분위기인데요.
예를 들어 이런 표현이 등장해요.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전체 기업가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도 유지될 것”
하지만 단언컨대 이러한 내용은 틀린 표현이에요.
물적분할과 현물출자는 회사 경영진이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절차상의 선택사항일 뿐, 주주 시각에서 바라보면 결과(본인이 투자한 회사가 특정사업부를 떼어내 100% 자회사를 만드는 것)는 똑같아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얘기랑 다를게 없어요.
더군다나 현물출자는 물적분할과 달리 주총도 열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이 회사 결정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조차 주어지지 않죠.
따라서 주주 권리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현물출자가 물적분할보다 주주 권리를 더 제한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현물출자 방식을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업가치 또는 주식가치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죠.
방식은 죄가 없다…의도가 문제일 뿐
최근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 후 재상장 논란이 잇따르자 일부에선 물적분할 자체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또는 인적분할은 상대적으로 선(善)하고, 물적분할은 악(惡)하다는 이분법적 구분도 나오고 있고요.
그러나 인적분할이라도 얼마든지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총수일가에 더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물적분할이라도 부실한 사업 분야를 떼어내 남은 사업 분야가 더 빛을 발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그 동안의 [공시줍줍]에서 자주 다뤘어요. 또한 좀 전에 살펴본 대로 물적분할 대신 현물출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주총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어서 무작정 주주 권리에 좋은 것이라 단정할 근거도 없고요.
기업이 사업 분야를 떼어내는 여러 방식(인적분할, 물적분할, 현물출자, 영업양도 등)은 제각각 절차상의 차이가 있고, 경영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지 어느 선택이 항상 일관되게 기업가치 또는 주주가치에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최근 물적분할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물적분할이란 방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있는 경영진이 과연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즉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방식을 선택한 경영진의 의도가 문제이죠. 같은 논리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재상장하더라도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재상장으로 인한 이익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게 지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고르게 배분되었는가, 또는 일반주주의 가치 훼손을 보상할 대안을 적절하게 마련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그렇다면 KT의 방식은 선(善)인가
KT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서인지, 앞서 살펴본 공시 하단을 다시 보면 ‘다양한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모색하고, 신규 설립 법인을 상장할 경우 KT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한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또한 별도의 보도자료에서는 ‘3월 정기주총에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정관개정을 추진하고, 최근 논의 중인 기업분할 관련 제도 개선이 법제화되면 적극 반영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고요.
이러한 입장을 종합해보면, KT는 클라우드·IDC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향후 더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공개까지 생각중이고,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가치 훼손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나눠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인데요.
다만 KT가 언급한 현물배당이란, 모든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지급한다는 뜻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해요. 현물배당은 현금 또는 신주(주식배당)가 아닌 형태로 회사의 재산 가운데 일부를 나눠주는 방식.
자회사 주식도 회사가 가진 재산의 종류이니까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21만8000명(2021년 3분기말 기준)에 육박하는 KT 주주들에게 지분율에 비례해 자회사 주식을 모두 나눠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신설회사 주식(1771만2048주) 전량을 KT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고르게 나눠줄 요량이라면 처음부터 KT는 인적분할을 선택했겠죠.
따라서 KT가 설명하는 현물배당이란, 설령 자회사 주식으로 배당하더라도 모든 주주가 주식으로 배당받는 게 아니라 일정 주식수를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의 소액주주는 사실상 현금배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TMI: 최근 자사주로 현물배당한 SK이노베이션은 1주당 0.011주 배당 결정. 따라서 최소 100주(2300만원어치)를 가지고 있어야 1주 배당받는 꼴. 그 미만의 주주는 현금배당.
‘최근 논의 중인 기업분할 관련 제도 개선이 법제화되면 적극 반영할 것’이란 입장은 어떨까요. 제도 개선 내용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은 현물출자 방식을 선택한 KT와는 관련 없는 일이고, 향후 KT클라우드를 기업공개할 때 주주들에게 공모주 우선배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봐야겠죠.
스크롤압박이 과도한 탓에 다시 한번 오늘 내용을 정리해보면 ①KT는 클라우드·IDC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분리해 재평가받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②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적분할 대신 우회경로인 현물출자 방식의 분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③대신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점.
KT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사례와 달리 사업부를 떼어내 자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우리 자본시장에 새로운 사례를 남기는 것이란 점에서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에요.
다만 오늘 공시줍줍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단지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손뼉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는 점, 그리고 KT가 진정으로 큰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발표가 아니라 앞으로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그것이 ③번의 다짐을 증명해 나가는 길이겠죠.
시장에서는 KT가 이번 클라우드·IDC 사업을 떼어낸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인공지능 분야 등)을 계속해서 유사한 방식으로 떼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죠.
그러므로 더더욱 KT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신설 자회사 KT클라우드의 가치를 높여 KT 기업가치까지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가고, 특히 주주가치 훼손이 없도록 가치 성장의 과실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느냐는 무척 중요한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