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박종욱 ‘쪼개기’ 유죄 알고도 대표 선임

이사회 인사제도 허점, 박종욱 대표 혐의 사전 파악
박종욱 KT 대표이사. 사진=KT

KT 이사회가 박종욱 신임 대표이사의 ‘쪼개기’ 혐의 유죄를 인지하고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현모 대표에 이어 박종욱 대표의 법원 벌금형 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KT 인사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박종욱 대표가 구현모 대표와 함께 KT 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 대표는 구 대표,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등과 함께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정치자금법위반’을, 25일엔 ‘업무상 횡령’ 확정으로 벌금형 총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시기적으로 정치자금법위반 판결 후 2주, 업무상횡령은 확정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박 대표가 선임된 것이다. 박 대표를 추천한 구현모 대표가 그의 혐의 사실을 알고도 추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KT 이사회는 박 대표의 혐의 사실을 확인한 상태에서 대표로 선출했다.

KT 이사회 관계자는 “(박종욱 대표가) 법원에서 약식재판에 결부되서 벌금 얼마 판결났다는 것은 인지를 하고 있었고 그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가타부타할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법원 판결에 불복해서 재판을 하는 경우 등은 본인들 개인의 문제로 이사회 결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윤리경영을 위반했는데도 회사 대표 자리에 선임된 것에 대해 향후 KT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ESG 보고서’ 첫 발간 등 ESG 경영을 강화하며 윤리규범을 강화하려는 KT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KT 윤리경영 원칙 실천지침 일부. 사진=KT

KT는 ‘윤리경영 원칙 실천지침’을 통해 공금 횡령과 유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해당 실천지침에 따르면 3.1조 ‘공금 횡령 및 유용’에서 회사 공금을 임의로 착복해선 안된다. 횡령에 대한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가장 중한 징계를 적용하고 회사에서 형사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 징계 처분시 감경 대상에서 제외한다.

마찬가지로 해당 실천지침 3.9조 ‘정치 관여’에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회사 자금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아닌 경우 자금, 시설대여 등은 반드시 정해진 절차에 따른다. KT가 상품권을 되돌려 파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국회의원 후원을 했다는 점에서 박 대표는 모두 위반 사항이다.

이사회가 박 대표의 부정을 알면서도 선임하면서 KT 인사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앞서 구현모 대표가 취임하며 KT 이사회와 맺었던 경영계약 같은 형태의 서류도 따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 선임은 일종의 임명직 인사이기 때문이다.

KT 이사회 관계자는 “박종욱 대표는 구현모 대표가 취임할 때 맺었던 경영계약 작성 과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둘은 각자대표지만 구 대표는 주총에서 선임된 것이고 선임된 대표에 한해서 경영계약을 맺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지난 2020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에 부임하며 KT 이사회와 CEO 경영계약을 맺었다.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1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만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일각에서 박 대표 선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기에 해당 사안에 대안 무게감은 더욱 크다. KT 복수대표이사제 자체가 후계자 양성 목적으로 “대표이사가 추천한 자 1인을 이사회가 선임한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 정관 조항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CEO 추천 권한을 강화해 사실상 차기 대표를 선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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