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 오명… 이제 산재는 그만

“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 오명… 이제 산재는 그만

중대재해법, 노동환경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신유정, 한서윤, 정예림 TM기자 | 기사입력 2022/01/15 [17:08]

산업안전보건법 현황… 그 실효성은?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제정된 이후로 총 52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법제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이유를 “근로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에 비해 27명 증가했다. 2019년에는 산재 사고사망자가 처음으로 800명을 넘어섰다. 계속되는 개정에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이 증진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계속해서 산재 사고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중대재해법… “노동자 보호를 위해” VS “사업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 재해 발생 시 관련인을 처벌함으로써 중대 재해 사고를 예방하고자 제정되었으며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을 둘러싸고 몇 가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당연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은 법의 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듯 중대 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틀로 마련되었다. 이 틀은 노동자의 생명보호를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더 나은 노동자 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개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를 완전히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엄격한 법일 뿐 아니라 모호한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고, 손해액의 5배 이내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조항과 관련 있다. 중대재해법이 모호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는 중증 질병에 대한 기준이 없으며, 경영책임자의 범위 또한 확실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을지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규정이 불분명하면 경영책임자는 본인이 어떠한 의무를 져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게다가 명확한 기준 없이는 중대 재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다했을 경우에도,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로 지목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입장이다.

  정계에서도 논쟁이 이어진다. “21년째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 속에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일각에서는 나라마다 다른 산재 사망의 기준을 단순히 비교하여 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며 이를 반박한다.

  다양한 쟁점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산재 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산재 방지하고자 새로이 등장한 산업안전보건본부 

  지난 7월 13일(화) 산재 예방 및 현장 감독 기구인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했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대비해 신설된 기구다.

  기존 산재 전담 조직이었던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 개편되었다. 산하 기관인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이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현장을 감독하는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이 신설됐다.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하며 기존 47명이던 인원이 82명으로 보강되기도 했다. 정부는 2023년 1월엔 산업안전보건본부 기능과 조직을 더욱 확충해 산업안전보건청으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정책 수립과 현장 감독을 모두 담당한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7월 이뤄진 출범식에서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장에 대한 감독‧수사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 활동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며 “산업안전감독관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강화와 전문인력 충원 등으로 본부 전문성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비대한 산업안전보건본부 조직 구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자 1만명당 근로감독관수는 미국의 4배, 일본의 3배가 넘는다”며 “산업안전보건본부와 업무 성격이 유사한 안전보건공단을 감안해 산재예방행정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업무가 아직 사후제재에 치우쳐 있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까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은 사고 이후 현장을 점검하고 사업주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사후약방문의 관행을 이어간다면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출범 의의가 옅어진다는 비판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중장기적으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로드맵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지난달 28일 경찰과 협의 하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수사권을 전담하게 됐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신설한만큼 고용부 소속 근로감독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고용부의 독점 수사권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으나, 국무조정실의 중재로 정리됐다고 밝혀졌다.

끊이지 않는 산재사… 대중의 관심 필요한 시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적으로 산재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발의, 관련 부서 신설 등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대중의 산재에 대한 관심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20대 노동자 이선호씨가 300kg 컨테이너에 깔려서 사망한 ‘평택항 사건’이 발생했으나 대중의 관심은 미미했다. 대중의 관심이 동시기에 발생한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엔 산재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노력이 존재한다. 시민단체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는 YTN의 급식실 환경 보도 이후 폐암 발병 급식 노동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보상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신경 써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아직 산재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17명을 상대로 직업성 암 추정의 원칙을 확대 적용해 신속한 산재인정을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더불어 산업 현장에서의 개선 노력 및 공청회, 토론회와 같은 대중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산재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재해 없는 사회를 향하여

현재 노동환경은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경제계, 노동계 측은 산재에 대한 각자의 입장차를 가지고 있지만 양측 모두 노동자의 안전과 산업 환경 개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이 반영된 중대재해법의 세부적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는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 과정은 대중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속되는 산업재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2022년 1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법, 그리고 나아가 산업재해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대학생 정책연구단체 The Movement(이하 TM). 신유정, 한서윤, 정예림 T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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